간큰 신협 지점장, 70억 빼돌렸다가 덜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의 한 신협 지점장이 15년간 고객 돈 7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8일 신협중앙회와 남해경찰서에 따르면 N신협 지점장 J(49·여)씨가 지난 2000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고객 150명이 맡긴 돈 7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J씨는 1990년 신협에 입사해 2002년 지점장이 됐다. 그가 고객 돈을 빼내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친정 동생들에게 사업자금을 대주기 위해 고객의 정기예금 수천만원에 손을 댔다. 보통 1년 단위인 정기예금은 고객이 한번 돈을 맡긴 뒤 만기가 되기전까지는 계좌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렸다. J씨는 고객에게서 돈을 받은 뒤 통장에는 예금이 된 것처럼 숫자를 찍고 실제 신협 전상망에는 돈을 입금하지 않는 수법을 썼다.

J씨는 자신이 돈을 빼낸 정기예금의 만기가 다가오면 다른 고객의 정기예금을 빼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돌려막기식'으로 범행을 숨겨왔다. J씨는 수백에서 수천만원씩 돈을 빼돌려 동생의 사업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거나 자신의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신협에 따르면 횡령 총액은 70억원이며, 이 중 사업자금 등으로 신협을 빠져나간 돈은 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덜미가 잡힌 건 지난 3월이었다. 한 고객이 6000만원의 정기예금을 찾으러 왔는데 전상망에 예탁금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서다. 지난해 4월 J씨가 지점에서 본점으로 인사이동이 되면서 관리가 제대로 안돼 범행이 들통났다.

안용환(53) 신협중앙회 부산경남지역본부장은 "현재 즉시 투입 가능한 신협예금자보호기금이 1조 2421억원대여서 예금자들의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남해=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