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SG 인수, 인도재벌 미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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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철강왕의 화려한 등장'.

빌 게이츠.워런 버핏에 이어 세계 3위의 부자인 인도의 철강업체 미탈스틸의 CEO 락슈미 미탈(54.사진)이 미국의 전설적인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 그가 소유한 미탈스틸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의 철강회사 인터내셔널 스틸 그룹(ISG)의 인수를 ISG주주들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로써 미탈스틸은 연 생산량 7000만톤, 매출액 320억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룩셈부르크의 아셀로르(4300만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철강회사가 됐다. 그의 이름을 딴 미탈스틸은 현재 전 세계 철강생산량의 6%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그를 '철강왕(Steel Baron)'이라고 명명했다. 과거 카네기의 이름에 대명사처럼 따라붙던 명칭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미탈은 지난달엔 미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부자 리스트에 250억 달러의 재산으로 세계 3위로 이름을 올려 세계 경제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년 전 62위에서 무려 59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인도 철강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미탈은 1970년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성공 신화를 써왔다.

그는 부실한 철강업체를 인수, 아웃소싱 등 미국식 구조조정을 통해 알짜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카자흐스탄.중국.체코.폴란드.루마니아.알제리.남아공화국 등 세계 곳곳에서 10여개의 철강회사를 만들거나 인수해 덩치를 부풀린 그는 지난해에 자신 소유의 철강 기업들을 모두 합쳐 미탈스틸로 만든 뒤 ISG까지 45억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현대판' 철강왕 미탈의 개인생활은 '원조' 철강왕 카네기와는 판이하다. US스틸을 세운 뒤 이후 막대한 재산을 자선사업에 썼던 카네기와 달리 미탈은 화끈한 씀씀이와 초호화 생활로 유명하다.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미탈은 지난해 약 1억2000만달러를 들여 '런던의 타지마할'로 불리던 호화 저택을 사들였다. 왕궁을 뺀 개인 주택으로는 역사상 가장 비싼 집이다.

지난해 6월 딸 바니샤의 결혼식 때도 루이 14세의 재무장관 니콜라스 푸케의 저택이었던 파리 남부의 고궁을 통째로 빌린 뒤 5500만달러를 들여 5일간이나 초 호화파티를 열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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