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 중수익' 몸집 커지는 EL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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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 들어 주춤했던 주가연계증권(ELS)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지난달 ELS 발행액은 10조2978억원으로 2월(6조6515억원)보다 55%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10조4561억원을 정점으로 올 들어 줄어들던 ELS 발행이 10조원대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개별 종목을 기준으로 하는 종목형 ELS뿐 아니라 주가지수에 연계한 지수형 ELS 등 위험도를 낮춘 상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달 발행된 ELS 중 90%는 해외 지수형이다. 9조원 가까이 발행됐는데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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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ELS 발행이 늘어난 것은 해외 지수형 ELS에 대한 쏠림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다른 ELS에 비해 해외 지수형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다는 투자자의 인식에 따라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ELS를 투자할 때 기초자산 개수가 몇 개인지 미리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기초 자산 개수가 많은 쪽으로 발행이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지수형은 기초자산 2개 이상으로 설계된 상품이 많다. 해외 지수의 종류를 다양하게 설정해 포트폴리오 혜택을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HSCEI(홍콩H지수)와 SX5E(유로스톡스50)로 쏠림은 여전하다. 두 지수로 설계된 ELS는 지난달 2조5000억원이 넘었다. 이중호 연구원은 “특정 해외지수로 지나치게 집중되기 때문에 기초자산의 개수 증가 만으로는 ELS의 상품성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수형 ELS가 득세하고 있지만 국내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종목형 ELS도 지난달 반등에 성공했다. 2월 276억원이던 국내 종목형 ELS 발행액은 지난달 574억원으로 늘었다. 삼성전자 관련 ELS는 주가 상승으로 발행이 늘어났고, 주가가 많이 떨어진 현대자동차에 투자하는 ELS도 증가했다.

 어떤 증권사에서 주로 ELS를 발행하는지도 체크 포인트다. KDB대우증권은 지난달 1조5503억원을 발행했는데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공모 비중이 컸다. 신한금융투자는 1조1319억원을 발행했지만 사모 비중이 컸다.

 다만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ELS가 적절한 상품은 아니다. ELS는 투자기간이 2~3년 정도면서 연 5~6% 가량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기 때문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LS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고위험·고수익형인 주식형 펀드와는 투자 성향이 겹치지 않는다”며 “최근 ELS의 급증은 조기상환이라는 ELS 고유의 특성 때문에 재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LS(Equity-Linked Securities)=개별 주가나 주가 지수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기초자산의 주가가 만기까지 손실 발생 구간(보통 기준가의 40~60% 이하)에 도달하지 않으면 일정한 수익을 준다. 그런데 주가가 계속 하락해 이 구간에 진입할 경우 ‘녹인(knock-in)’이 발생했다고 한다. ELS가 녹인 됐다고 해서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는 아니지만 만기까지 주가가 일정 수준(보통 80%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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