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의 손' 펀드 판매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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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펀드 판매사 세 곳 가운데 한 곳만 주식형 펀드의 3년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판매사별 수익률은 증권·은행·보험 순으로 높았다. 6일 본지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44개 금융사(은행·보험·증권, 펀드 판매잔액 1000억원 이상)가 판매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2015년 2월 기준)을 분석해보니 3년 수익률이 플러스인 곳은 14개사(32%)에 불과했다. 나머지 30개사는 판매한 펀드가 3년간 평균적으로 원금 손실을 기록했다. 3년 동안 코스피지수 하락률(2.19%)보다 수익률이 더 낮은 곳도 19개사에 달했다. 이들은 시장 수익률보다 낮은 펀드를 판매하면서도 판매보수는 꼬박꼬박 떼간 셈이다.

 업종별로 보면 수익률 ‘톱10’에 증권사 8개사가 이름을 올리는 등 증권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은행은 2개사가 상위 10위 안에 들었고 보험사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신영증권이 3년 수익률 16.39%로 1위에 올랐으며 LIG투자증권(12.78%), 메리츠종합금융증권(6.94%)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 가운데에선 씨티은행(2.59%)과 국민은행(1.26%)이 7, 8위를 차지해 높은 편이었다. 한화생명보험(0.97%)은 12위에 올라 보험업종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강민규 신영증권 영업전략부 부장은 “전형적인 가치투자(성장성은 높은 데 반해 주가가 낮은 기업을 골라 투자 ) 상품을 고객이 많이 찾아서 최근엔 신영마라톤과 신영밸류고배당 펀드가 가장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증권사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로, 박병우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상무는 “상담의 질 측면에서 볼 때 증권사가 다른 금융사보다 덜 기계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은행 같은 곳의 경우 각종 서류 챙기기에 급급해 상담은 뒷전인가 하면, 펀드 설명을 한다면서 투자설명서를 읽기만 하는 ‘영혼 없는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펀드는 투자자의 돈을 모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이다.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곳은 자산운용사지만 투자자에게 펀드를 소개·판매하는 회사는 은행·보험·증권사다. 특히 펀드를 고를 때 판매사의 추천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개인투자자에겐 어떤 판매사를 고르느냐가 수익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JP모간자산운용이 올 1월 국내 펀드 투자자 1000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펀드에 가입했느냐’는 질문을 한 결과 42%가 ‘판매사 직원의 권유’를 꼽았고 ‘주위 사람 권유’(23%)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지난해 펀드 판매사를 평가해 보니 투자자의 투자 성향에 적합한 상품을 두 개 이상 제안하고 추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한 판매사는 10%에 불과했다. 또 이 재단이 지난해 10월 투자자 25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상담 때 투자자의 보호보다 금융사의 이익이 고려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불신이 자리 잡은 건 판매사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판매보수가 높은 펀드 위주로 권유하고 사후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다는 투자자의 인식 때문이다.

 박 상무는 “판매사는 자사에 유리한 펀드(판매보수가 높거나 계열사가 내놓은 상품)만 골라서 권유하지 말고 고객에게 모든 펀드 수수료를 비교해주면서 수익률과 전망 등을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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