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파업 진저리"…佛시민들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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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시민단체가 공공.민간부문과 교사노조의 잇따른 파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프랑스인들은 전통적으로 노조에 호의적인 데다 파업으로 대중교통이 멈춰서더라도 '높은 시민의식'으로 불편을 감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처럼 '파업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관심거리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일부 프랑스인이 파업에 따른 혼란과 정부의 느슨한 대응에 진저리를 치면서 조직적으로 파업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고 23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최근의 파업 반대 여론은 미국식 전국납세자연맹을 본떠 '납세자 연합(Contribuables Associes)'이란 단체를 조직한 파리시 2구 구청장 출신의 여성 브누아트 타팽(55.얼굴)이 주도하고 있다.

8명이나 되는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잇따른 파업으로 프랑스인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항의전화 부대를 조직해 가장 대중적인 라디오 방송국 중 하나인 '유럽1'의 전화교환 시스템을 일시 중단시켰다.

방송사 측이 납세자연합에 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오자 타팽은 오히려 "완전한 아이러니다. 총파업하는 날 우리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됐다고 소송을 낸다면 왜 정작 파업한 사람들을 상대로는 소송을 내지 않는 거냐"고 맞받아쳤다.

전국에서 13만5천명의 회원을 이끌고 있는 타팽은 "전국적인 파업으로 8억유로(약 1조1천억원)에 달하는 국가적 손실이 났고 13일 총파업에서는 전체 산업생산의 10%가 펑크났다. 우리는 매기(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지칭)의 주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처 전 총리는 노조 파업에 초강수로 맞서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와 함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과 손잡고 있는 단체인 '자유권리'도 파업에 참여한 노조에 항의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타팽의 운동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파업 반대 운동'이 일고 있는 이유는 운송노조 등 공공.민간부문 노조가 정부의 연금개혁 등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나서면서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차례나 학교 교육.운송 등의 사회 기능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54.2%는 여전히 총파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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