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때 정맥 인증 개인권리 침해 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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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행성 게임 전용 전자카드(선불식 충전 카드)의 인권 침해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전자카드 사용 확대 계획을 강행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인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앙일보 3월 25일자 14면>

 사감위는 지난달 30일 전체 위원회를 열어 전자카드제 시행 기본 방향 및 2015년 확대 시행 권고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경주게임(경마·경륜·경정) 베팅 때 전자카드를 사용하는 장외발매소 비중을 현재 10%(7개)에서 전체의 20%(14개)로 늘린다. 인권 침해 논란의 핵심인 지정맥(손가락 끝 핏줄) 인증 방식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게임 이용자가 실명을 밝히지 않으면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방법”(사감위 서용석 전문위원)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원래 의결하려 했던 2018년 전자카드 전면 시행 계획은 ‘2018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한다’는 식으로 여지를 남겨뒀다. 한국마사회·국민체육진흥공단과 같은 사업 시행자의 매출 감소 우려 의견을 감안해 한발 물러선 조치다.

 그러나 인권위는 사감위의 이런 권고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권위는 “전자카드 도입과 지정맥 정보 수집은 개인의 권리 침해”라는 공식 의견을 다음주까지 사감위에 통보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론 법률이 아닌 권고안으로 의무화하려는 계획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권리를 법률로서만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37조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지정맥 정보 수집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의 자기 정보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 인권정책과 김찬식 조사관은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도 없이 일방적으로 신체 정보를 수집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며 “정보 유출 위험도 크기 때문에 확실한 보완책이 마련된 다음에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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