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횡행하는 나이지리아, 군인 출신 후보자 당선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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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억8000만 명의 아프리카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나이지리아가 새로운 역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1999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재임 대통령이 선거에 패배해 정권이 교체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주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군 장성 출신의 무함마두 부하리 후보(73)가 굿럭 조너선 대통령(58)을 제쳤다. 지난달 30일 오전 6시(현지시간) 95% 개표한 상황에서 부하리 후보는 과반인 1485만표를 얻었다. 조너선 후보는 1210만표에 그쳤다. 부하리 후보는 또 다른 당선 요건인 전체 36개 주의 3분의 2이상에서 25% 이상 득표해야 한다는 기준도 충족한 상태다. 일부 현지 언론은 “부하라 당선인”으로 보도했다. 이번 투표에서는 6880만 명이 유권자 등록을 했으나 유혈 사태 등으로 실제 투표자는 3000만명을 밑돌았다.

부하리 후보는 조너선 대통령과는 대조되는 인물이다. 조너선 대통령이 부유한 남부 출신의 기독교도이자 정치인이라면 부하리 후보는 북부 출신 무슬림이자 군 장성이었다. 조너선 대통령이 부패에 눈을 감았다는 평을 듣지만 부하리 후보는 금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198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 2년간 통치할 때 ‘기강 해이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부패와도 싸웠다. 하지만 줄을 제대로 서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군인들이 채찍을 휘두르거나 정치 집회에서 말할 자유를 제한하는 독재자이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국민은 부하리 후보의 독재자로서 과거를 과거로 여기는 듯하다. 지금까지 5차례 선거에 나와 졌지만 패배를 인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2년 조너선 대통령에게 졌을 때도 승복했다.

북부 지역이 보코하람의 유린을 당하는데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조너선 대통령과 다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북부 최대 주인 카노에서 부하리 후보는190만표를 앞섰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무거운 마음으로이긴 하나 부하리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지지하기도 했다.

이번 정권 교체가 평화적으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달 28일 하루 투표였는데 1500개 투표소 중 300개에서 문제가 발생해 지난달 29일에도 투표가 이뤄졌다. 개표 과정에서도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됐고 유혈 충돌까지 벌어져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영 외교장관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조너선 대통령 측이 승복할 지도 미지수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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