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형들과 짜고 아버지 돈 뜯은 10대

중앙일보

입력

동네 형들과 짜고 아버지로부터 돈을 뜯어낸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박모(14)군은 최근 공부를 게을리 한다는 이유로 용돈이 줄어 여기저기서 돈을 빌린 상태였다. 박군의 사정을 안 동네 형 주모(19)씨와 김모(19)씨는 박군에게 “아버지를 속여 합의금을 받아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주씨의 금목걸이를 훔친 것처럼 꾸며 아버지 박모(49)씨에게 150만원을 받아내자는 제안에 아들 박군도 흔들렸다.

박군과 주씨 등은 얼마 뒤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PC방에서 김씨와 주씨가 담배를 피러 나간 사이 박군이 책상에 올려져 있는 주씨의 금목걸이를 훔치는 장면을 연출해 CCTV에 의도적으로 찍혔다. 주씨와 김씨는 정해진 수순대로 CCTV에 촬영된 장면을 보여주며 아버지 박씨에게 합의금을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아버지 박씨가 “내 아들이 맞긴 한데 진짜 금목걸이를 가져간 것인지는 모를 일이니 일단 신고하자”고 말한 것이다. 주씨와 박씨는 합의를 하지 않는 박씨의 태도에 당황했지만 결국 박군을 절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를 취소할 테니 합의금 받는 선에서 끝내자”는 김씨의 거듭된 제안에 박씨는 현금 150만원을 주고 합의를 했다.

이대로 사건이 일단락될 것 같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강남경찰서 문천식(45) 경위가 합의금만 종용한 김씨와 주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본 것이다. 문 경위는 이들에게 공갈 전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탐문에 나섰다. 얼마 뒤 “박군이 아버지를 상대로 공갈을 치고 150만원을 받아내고도 빌려간 돈 5만원을 갚지 않았다”는 박군 친구의 증언을 들었다.

문 경위는 곧바로 박군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동네 형들과 짜고 아버지를 속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주씨와 김씨도 7시간 넘는 추궁 끝에 범행을 인정해 공갈 혐의로 입건했다. 박군은 피해자가 아버지인 탓에 공소권 없음이 인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군이 형들로부터 당초 약속받은 50만원을 받지 못하고 10만원만 받았다. 결국 함께 공모한 동네형들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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