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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자금 전달책, 포스코 비자금 사건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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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포스코건설 비자금 사건에 2002년 대선자금 전달책으로 활동했던 인물이 연루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컨설팅업체인 I사 대표 장모(64)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장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장씨는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장이었던 박모(52·구속) 전 상무가 2009~2012년 하청업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47억원을 국내로 유입하는 것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상무로부터 “장씨가 정동화 전 부회장에게 ‘W사와 S사를 하청업체로 선정해 달라’고 청탁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지난주 두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 사업가로 활동하면서 정치권에 인맥을 쌓았다. 장씨는 A개발→H개발→J건설 등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며 활동했다. 포스코건설 수사에 등장하는 I사는 장씨가 대표로 있는 J건설과 등기부상 대표, 임원진, 사무실 주소 등이 동일해 사실상 하나의 회사다.

 장씨가 처음 등장한 건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총풍 사건’ 때다. 총풍 사건은 97년 12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과 대북 사업가 장석중씨 등 3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 시위를 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말한다.

장석중씨는 재판 과정에서 “김대중 후보 쪽의 국민회의도 ‘북풍(北風)’을 차단하기 위한 ‘EM(Emergency)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핵심 세력은 엄삼탁 국민회의 부총재와 장모 A개발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 회장’이 I사 장씨다. 한나라당 도 “장 회장이 국민회의를 돕기 위해 방북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장씨는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때도 이름이 불거졌다. 2002년 12월 대우건설 측이 건넨 현금 15억원을 당시 한나라당 대선 캠프에 전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것이다. 대우건설의 하청업체 대표였던 장씨는 고(故)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할 때마다 그를 찾았다고 한다. 장씨는 대우건설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 3억원을 2003년 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새천년민주당 측에 전달한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에선 여야 대선 후보의 최측근 인사들에게 접근했던 장씨의 ‘인맥’이 화제가 됐다.

 장씨는 2007년엔 제주오라관광단지 사업에 참여한 P시공사의 대출 편의를 위해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등에게 청탁을 해주고 50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됐다.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35억원이 확정됐다. 장씨는 또 2008년 한국교원공제회가 660억원을 투자한 경남 창녕의 실버타운 ‘서드에이지’ 건설의 시행·시공사로 참여하면서 김평수 전 교원공제회 이사장에게 4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장씨의 이 같은 과거 경력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장씨를 상대로 포스코건설에서 조성한 비자금이 정·관계로 흘러갔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하청업체 중 I사는 없으며 장씨 존재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I사 부회장은 “베트남 고속도로 공사 하청 계약을 맺고 토목사업에 참여했다고 들었다”며 “직원이 5~6명인 작은 회사라 정확한 내용은 회장(장씨) 말고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백기·이유정·윤정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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