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프·리본 꿈의 18점 … 손연재, 출발이 좋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손연재가 올 시즌 첫 출전한 포르투갈 리스본 월드컵 후프와 리본에서 ‘꿈의 점수’ 18점을 받아 향상된 실력을 보여줬다. 지난 28일(한국시간) 볼 연기를 펼치고 있는 손연재. [사진 포르투갈체조연맹 페이스북]

‘아시아 리듬체조 여왕’ 손연재(21·연세대)가 시즌 첫 출전한 대회에서 꿈의 점수 18점대를 받았다. 손연재는 29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카살 비스토스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올 시즌 첫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에서 후프(18.150점)·볼(17.700점)·리본(18.250점)·곤봉(17.950점)에서 깔끔한 연기를 펼쳐 개인종합 4위(총 72.050점)에 올랐다.

 장기인 후프 종목에선 이스라엘 피아니스트 다니엘 아드니의 클래식 연주곡 ‘코니시 랩소디’에 맞춰 우아하고 완벽한 연기를 뽐냈다. 볼 종목은 스페인 가수 라파엘의 팝 ‘소모스’에 맞춰 성숙한 모습을 강조했지만 실수가 한 차례 나왔다. 볼을 높이 던져 받는 동작에서 볼을 떨어뜨려 감점이 됐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다음 연기로 넘어가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발레곡 아돌프 아담의 ‘르 코르세르’를 배경음악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리본 연기에서는 주특기인 한 쪽 다리를 들고 제자리에서 도는 푸에테 피벗을 흔들림없이 소화했다. 곤봉 연기에서는 델라댑의 신나는 재즈·포크곡 ‘치가니’에 맞춰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진화한 난도들을 실수없이 해냈다.

 시즌 첫 무대에서 손연재는 후프·리본 종목에서 꿈의 점수로 불리는 18점대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18점대는 세계랭킹 5위권을 점령한 러시아 선수들이 휩쓸었다. 손연재가 그간 FIG 공인 월드컵 과 세계선수권 개인종합에서 18점대(후프)를 받은 건 지난해 4월 페사로 월드컵이 유일했다. 지난해 4월 리스본 대회에서 생애 최초 4관왕에 올랐을 때에도 손연재의 네 종목 점수는 모두 17점대였다.

 손연재는 마르가리타 마문(2위)·야나 쿠드랍체바(3위)와 떠오르는 러시아 신예 알렉산드라 솔다토바(17·1위)가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개인종합 메달은 놓쳤다. 하지만 이제 꿈의 점수도 받을 수 있는 실력임을 증명했다.

 올 시즌 다소 바뀐 규정에 맞춰 잘 짠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 리듬체조 채점은 각각 10점 만점인 난도와 실시 점수로 나뉘는데 난도 점수가 관대해졌다. 수구를 활용하는 동작의 기술 배점이 0.2점에서 0.3점으로 올랐다. 또 회전 연기 때 중심축 다리가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회전하는 도중 미끄러지면 난도를 0점 처리했던 것과는 달리 난도 점수는 그대로 주고 실시 점수에서 감점 처리를 했다. 덕분에 손연재는 푸에테 피벗을 무난하게 구사하면 일정 점수를 챙기게 됐다.

 리듬체조 경기력향상위원회 서혜정 부위원장은 “난도 점수 상승 효과도 있지만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 후프 동메달과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실력이 늘었다. 잔실수를 더 줄이면 꾸준히 18점대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