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1척 월북… 13일 동해서 경고 사격 받고도 넘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국군의 거듭된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남한 어선이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오후 4시4분쯤 강원도 고성군 저진항 3~4㎞ 앞바다에서 속초항 소속 유자망 어선인 항만호(3.9t)가 북한 해역으로 넘어갔다.

육군 해안초소가 모두 450여 발의 경고사격을 가하고 해군 고속정도 출동했으나 선박은 도주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쯤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6마일 지점에서 육군 해안 레이더 부대가 선박을 처음 포착했으며, 선박은 34분 만에 군사분계선(MDL) 연장선을 넘어 북한 수역으로 들어갔다. 선박에는 강원도 속초시에 거주하는 황모(57.남)씨가 혼자 타고 있었으며, 선박은 오후 출항 신고 없이 속초항을 떠났다.

어선이 3시42분쯤 어로한계선을 넘자 육군은 경고방송을 실시하고 K-2 기관총 등으로 경고사격을 가했다. 이어 3시43분.54분.55분에도 K-6 기관총.MG 50 기관총.106㎜ 무반동총.소총 등으로 해안초소가 세 차례 경고사격을 가했다. 거진항의 해군 고속정 두 척도 출동했으나 선박은 어로한계선 2마일 북쪽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던 중이라 추격이 불가능했다. 해군 함정은 NLL을 넘을 수 없다.

당시 해역에는 어선을 통제하는 해양경찰함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인근 저도 어장에서 선단의 조업이 이뤄졌지만 오전 중 모두 철수했고, 선단을 관리하던 해경정 두 척도 함께 귀항했다"고 말했다. 군은 레이더 첩보를 토대로 북한 해군 함정이 출동해 선박을 인근 항구로 예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합동신문 당국은 "황씨가 술을 먹다 갑자기 배를 몰고 갔다"는 동료 선원들의 진술에 따라 월북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월북 사건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해당 지역의 해안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육군 22사단 방문을 마치고 나온 직후 발생했다. 정 장관을 안내하던 부대 지휘관들은 황급히 작전상황실로 달려가 상황을 지휘해야 했다.

채병건 기자, 강릉=홍창업 기자, 고성=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