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톡스의 건강학] 봄맞이 몸 대청소 할까…땀 빼고 채소 주스로 시작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바깥 날씨가 아직 쌀쌀하지만 한낮엔 햇살이 따스한 봄은 대청소의 적기다. 집안에 쌓인 먼지와 때를 깨끗이 없애기 위해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맘때다.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듯 우리 몸에 축적된 각종 독소를 제거하는 이른바 '디톡스(detoxification, detox)'를 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청소의 바른 순서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한다는 것이다. 디톡스에도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독소(유해물질)가 몸에 많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폭음·폭식·흡연을 삼가고, 식품첨가물이나 ·가공식품을 가능한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유기농 식품을 즐기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며, 제 시간에 식사하는 게 중요하다. 물은 하루 여덟 잔 이상 충분히 마시고 육류보다는 과일·채소를 섭취하는 게 좋다. 현미·잡곡 등 거칠고 식이섬유가 많이 든 식품을 먹는 것도 효과적인 독소 차단법이다.

둘째, 신체의 해독(解毒) 장기인 간(肝)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다. 음주나 과다한 약 복용은 간을 혹사시키는 행위다. 디톡스 방법의 하나로 주스 요법이 있다. 간세포의 재생을 돕기 위해 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채소·과일 주스를 충분히 마시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장·신장·폐·피부 등을 통해 독소가 잘 빠져나가도록 한다. 소변을 통해 독소가 빠르게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물을 충분히 마신다. 레몬·오이 등은 배뇨(排尿)를 돕는 천연 이뇨제다.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 산소가 유입되고 내쉴 때 각종 노폐물이 빠져 나간다. "몸 안의 독소가 빠져 나가고 있다"고 상상하며 심호흡을 하면 폐를 통한 독소 배출이 활발해진다.

피부와 땀을 통해서도 독소가 제거된다. 피부를 통해 몸속 독소가 잘 빠져 나가도록 하려면 화장품은 가급적 적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우나·운동을 해 땀구멍(독소 배출)을 넓혀 주거나 브러시 등으로 가볍게 피부를 자극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땀·구토·설사 통해 독소제거도

한의학에선 몸속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 방법으로 한법(汗法)·토법(吐法)·하법(下法)을 강조한다. 피부 등에 있는 독소를 땀으로 내보내는 것이 한법, 몸의 상체나 위장의 독소를 구토를 통해 배출하는 것이 토법, 몸의 하체나 장의 독소를 설사를 통해 배출하는 것이 하법이다.

이처럼 디톡스 방법은 다양하며 ‘왕도’가 따로 없다.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과 적절한 강도를 스스로 정해 실천하면 된다. 기간도 이틀에서 한 달 코스까지 본인이 정하기 나름이다.

디톡스 방법은 전문가용과 일반인용으로 나눌 수 있다. 특별한 전문지식 없이 혼자서도 가능한 일반인용 디톡스 방법으론 물 디톡스·주스 디톡스·모노다이어트(mono diet) 디톡스·생식 등이 있다.

물 디톡스는 허기를 참아내야 하는 고통이 따르지만 해독 효과가 가장 뚜렷한 것이 돋보인다. 대개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24∼36시간 물만 마시는 주말 디톡스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물은 생수로 2∼4ℓ를 마셔야 한다. 일요일 점심부터는 과일이나 샐러드를 꼭꼭 잘 씹어서 먹는다.

저체중이면 디톡스 삼가길

주스 디톡스는 일반인이 가장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스·물·허브차 외엔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간의 해독에 필요한 영양소를 채소 주스를 통해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주스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당근·샐러리·케일 등 주로 채소로 만든다. 생채소와는 달리 채소 주스엔 식이섬유가 없다. 주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식이섬유가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주스 디톡스로 독소를 내보내려면 식이섬유 보충제가 필요하다.

모노다이어트 디톡스는 한 가지 음식만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먹는 방법이다. 평소에 소화가 잘 안 된다면 파파야, 알레르기가 있으면 포도·사과·배 중 하나, 피부 트러블이 잦으면 현미·메밀·수수·감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때도 생수를 충분히 마시고 음식을 꼭꼭 씹어 먹되 채소·과일은 갈아먹어도 무방하다. 가벼운 명상을 함께 하면 더 효과적이다.

물·주스·모노다이어트 디톡스 등 주말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주말 디톡스는 기간이 짧아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돈이 거의 들지 않으며 다이어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디톡스 도중 이완요법·명상 등을 함께 하면 마음·감정의 독소까지 털어낼 수 있다.

주말 디톡스도 알코올·약물 중독, 음식 섭취 장애, 당뇨병,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에겐 무리가 될 수 있다. 체중이 정상 범위보다 20% 이상 덜 나가거나 저혈당·신체 허약자에게도 권하기 힘들다. 임신 중이거나 중요한 업무·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컨디션이 극히 나쁘다면 디톡스를 삼가해야 한다. 암환자와 수술 회복 중인 환자는 주말 디톡스에 앞서 주치의와 반드시 상담해야 한다.

시간 없으면 냉·온탕 목욕도 효과

디톡스 도중에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두통이 생기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휴식을 취하고, 변비가 심해지면 연근을 갈아 마신다. 혀에 설태가 끼면 레몬 물로 입을 가시고, 몸에서 냄새가 나면 아로마 목욕을 한다. 입 냄새가 나면 파슬리를 잘근잘근 씹어본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봄맞이 디톡스를 하기 힘들다면 배변·목욕이라도 잘 해야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즐겨 먹고 물을 자주 마시며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쾌변을 돕는다.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며 들어가는 냉온 교대욕은 디톡스는 물론 혈액순환에도 유익하다.

냉온 교대욕은 뜨거운 물로 시작하고 찬물로 마무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정에서도 냉온 교대욕이 가능하다. 떨지 않고 견딜만한 온수에서 1분, 참을만한 냉수에서 1분간 샤워하기를 5회 반복하면 좋다.

도움 말 :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 부산 일신기독병원 내과 박혜경 과장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