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니 "배구 인생 24년 동안 이런 훈련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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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인생 24년 동안 이렇게 훈련을 많이 해본 것은 처음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 세터 김사니(34·IBK기업은행)가 이번 시즌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다. 기업은행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서 올라 정규리그 우승팀 한국도로공사와 대결한다. 양 팀의 1차전은 27일 오후 7시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김사니에게 이번 챔프전은 특별하다. 각양각색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우승컵은 단 한 번만 들었다. 2009~2010시즌 KT&G로 이적해 챔프전 우승을 만끽했다. 이제 두 번째 우승컵을 드는 게 꿈이다. 지난 시즌 아제르바이잔에서 뛰다 다시 돌아온 한국 무대, 김사니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 그는 "배구를 하면서 이렇게 훈련을 많이 한 적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업은행에 복귀해 그가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내일도 이렇게 훈련하니?"였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고 알려져있다. 오죽하면 선수들이 "챔프전 바로 가지 않고, 플레이오프를 치러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경기가 없는 동안 훈련을 더 많이 했을 것"이라고 했을까.

김사니는 "처음엔 훈련을 정말 많이 해서 후배들에게 '원래 이렇게 하니?'라 물으니 다들 '네'라고 대답하더라. 훈련이 끝날 생각을 안해서 또 '아직 안 끝났니?'라고 물으니 '이제 시작인데요'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에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면서 아픈 데도 많았다. 감기를 달고 살고 관절 통증에 소화도 잘 안됐다.

그 덕분인지 기업은행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데스티니 부상으로 흔들릴 때 베테랑 김사니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김희진, 박정아 등의 공격력을 살렸다. 이 감독은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김사니부터 고참들이 후배들을 잘 끌고 챔프전까지 왔다. 힘들텐데도 운동 열심히 하는 김사니를 보면 예뻐죽겠다"고 말했다.

챔프전 대결은 김사니와 이효희(35·한국도로공사)의 세터 대결이라고 한다. 이효희는 현재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세터다. 지난 시즌 기업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어 세터로는 최초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뒤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전 세터로 금메달 획득을 이끌기도 했다. 둘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정규리그 세터부문 1·2위가 각각 이효희(10.51)와 김사니(10.40)다.

자주 비교되는 사이에 대해 김사니는 "효희 언니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둘은 색깔이 다르다. 서로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김사니가 이효희를 부러워하는 점이 있다. 우승 횟수다. 이효희는 각기 다른 팀에서 세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려 '우승청부사' 별명이 붙었다. 김사니는 "효희 언니가 상복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엔 나도 열심히 했으니 우승컵을 꼭 들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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