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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자기업 법인세 깎아주기 제동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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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의 파격적인 법인세 깎아주기가 막을 내릴 전망이다. 한국 기업 등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둘 이점이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중앙정부가 국내외 기업에 준 세금 혜택과 각종 보상책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재정비 대상은 지방정부가 투자 유치 차원에서 제공한 세금 감면, 공장 진입로 등 인프라 건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조금 등이다.

 중국 정부는 우선 지방정부가 “경쟁적이고 무계획적으로 제공한 각종 혜택이 어떤 것이 있는지 리스트를 만들어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WSJ)”고 요구한 상태다. 먼저, 실태를 파악한 뒤 정비하겠다는 뜻이다.

 WSJ는 “중국 정부가 우선 폐지를 요구할 혜택은 바로 법규나 중앙정부의 지침과 다른 세금 깎아주기”라고 전했다. 그 바람에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비상이다. 대만의 폭스콘은 허난성 장저우시에 아이폰 생산공장을 세우면서 법인세 감면과 디스플레이 공장 신설 비용 등을 약속 받았다. WSJ는 “중국 정부가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 지방정부의 각종 혜택을 폐지하면 폭스콘이 받지 못할 혜택은 50억 위안(약 890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폭스콘은 약속을 지키라며 장저우시와 중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하고 있는 중이다.

 WSJ는 “지방정부의 각종 혜택을 정비하는 작업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반부패 투쟁의 하나”라고 보도했다. 세금 등을 깎아주면서 지방 정부의 관료들이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엄청난 부채도 혜택 축소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약 18조 위안(약 3200조원)에 이른다.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에도 힘겨울 정도다. 중국 정부는 세금 감면을 축소해 더 거둬들인 돈으로 부채를 줄이도록 할 요량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한 약속도 세금 등의 혜택 축소의 한 원인이다. WSJ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미국 등에 약속한 세금 감면 축소를 이행해야 할 때가 왔다”라고 했다. 중국이 1990년대 말 WTO 가입을 추진하자 미국이 중국 지방정부의 세금감면 혜택 등을 문제 삼았다.

 세금 감면이나 환급이 사라지면 기업들이 중국에서 적용 받는 법인세율은 최고 25%다. 인도의 33% 수준보다는 낮지만 다른 신흥국들보다는 월등히 높다.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 매력이 반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의 혜택 축소 움직임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좀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잇따라 생산 기반을 키워왔다. 이 같은 배경에는 중국의 파격적인 친(親) 외자기업 정책이 있었다.

 실제로 최근 한국기업들은 중국 서부 개발의 상징적 지역인 충칭(重慶)을 중심으로 공장 건설과 판로 개척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여왔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까지 충칭에 공장을 지어 연 26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충칭엔 SK하이닉스와 포스코·한화 등 1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충칭시를 포함해 인접 5개 성에는 4억 명의 소비자가 있다. 한국무역협회 이동기 홍보실장은 “아직 중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외자기업들에 주어졌던 세금 혜택들을 줄일지 시기와 방법 등을 파악 중”이라며 “중국 현지의 생산관련 비용이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만큼 이와 관련한 우리 기업들의 고민도 본격적으로 대두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강남규·이수기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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