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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3·26은 '국가안보 경종의 날'이 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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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 5년이 되는 날이다. 엄청난 피해와 충격을 겪었지만 안보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우리의 안보의식과 군의 정신자세에도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이후 북한의 재래식 군사도발은 거의 없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의 정부·금융기관·언론사·공기업에 사이버 테러를 여러 차례 자행했다. 미국 영화사와 한국 원전도 해킹했다. 미국은 신속하게 보복에 나섰지만 남한은 아무런 응징과 문책을 하지 않았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은 국제조사단이 조사해 밝혀냈으며 미국·일본·유럽연합 등 선진국 의회들이 규탄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인정과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어제는 판문점 대표부를 통해 미국이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려 만든 조작극이라는 주장까지 폈다.

 한국군은 천안함·연평도 이후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고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전력을 강화했다. 매년 대규모 지역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 전력에서는 여전히 허점이 많다. 해군참모총장 출신 2명이 구속되는 등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래 군사적 긴장이 없는 탓인지 군기가 해이해졌다. 성(性)·음주·폭력·비리 관련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최근엔 진해기지에서 해군 중장·준장이 골프장 캐디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으로 징계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진보·좌파 진영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엄정한 의식을 갖는 건 중요한 숙제였다. 2010년 6월 민주당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에 반대했다. 사건 이후 2년반 동안이나 폭침 인정을 거부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어제 “어떤 군사적 위협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한다”고 말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야당이 안보문제에 각성을 보여주는 건 바람직한 변화다.

 3월 26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처형당한 날이기도 하다. 3·26은 국가 안위의 소중함을 상기하는 ‘경종의 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