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개혁·개방 기여한 리콴유 … 시진핑 "존경하는 어른" 깊은 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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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민들이 23일 리콴유 전 총리가 타계한 병원을 찾아 추도하고 있다. [싱가포르 AP=뉴시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타계에 세계 지도자들이 애도를 표했다. 중국은 리 전 총리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각별한 뜻을 표시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장가오리(張高麗) 국무원 상무부총리가 각각 조전을 보냈다. 국가 수반급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4명이 별도의 조전을 보낸 건 이례적이다. 시 주석은 고인을 “존경하는 어르신이자 중국인의 오랜 친구”라며 “그의 타계는 국제사회의 큰 손실”이라고 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지도자가 마땅히 리콴유 선생의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 말해 시 주석이나 리 총리의 장례식 참석이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는 리 전 총리가 화교 후예란 혈통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53세 때인 1976년 중국 땅을 처음 밟은 리 전 총리는 33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마오쩌둥(毛澤東)에서 시 주석에게 이르기까지 역대 중국 최고 지도자와 모두 회담한 유일한 외국인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만남은 78년 11월 덩샤오핑(鄧小平)과의 회동이었다. 열아홉 살 아래인 리 전 총리는 “중국이 동남아에 대한 공산혁명 수출 전략을 버리고 화교들을 상대로 한 공산당 이데올로기 선전 방송을 중단하면 중국의 경제 개발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덩은 외국 자본을 빌려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재정을 늘려 부유해진 싱가포르의 발전상을 직접 목격하고 돌아와 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을 중국의 국가전략으로 공식 채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는 진정한 역사의 거인”이라며 “현대 싱가포르의 아버지이자 아시아의 위대한 전략가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그는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오늘날 번영의 기초를 만든 아시아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싱가포르의 국부’는 영감을 준 아시아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추모 성명을 냈다.

 싱가포르 정부는 리 전 총리가 타계한 23일부터 29일까지 7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29일 국장(國葬)을 치르기로 했다.

  리 전 총리가 지난달 5일부터 폐렴으로 입원해 머물렀던 싱가포르종합병원 바깥에는 많은 국민이 조화와 카드를 가져와 애도했다. 50대의 한 주부는 “나의 우상이던 그의 서거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울먹였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정원엽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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