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원의 골프 장비록] 버바 왓슨의 장타 비결은…티펙은 높게, 백스핀은 적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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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의 최장타자인버바 왓슨은 지난해 8월 공식대회에서 420야드를 날려보내기도 했다.
작은 사진은 그가 드라이버 샷을 분석하는 모습 [사진 PNG 골프]

골프 칼럼 '정제원의 골프 장비록(裝備錄)'을 새로 연재합니다. 드라이버·아이언·웨지·퍼터 등 골프 클럽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보고, 골프 장비와 관련한 궁금증을 중앙일보 골프담당 정제원 기자가 쉽게 풀어서 알려드립니다. 정 기자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골프스쿨(PGCC)에서 골프 연수를 한 뒤 JTBC골프(전 J골프) 취재사업본부장을 맡았던 베테랑 골프 기자입니다. 30회에 걸쳐 게재되는 '장비록'의 삽화와 그림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정희정씨(필명 너굴양)이 맡았습니다. 이번 시리즈가 독자 여러분의 골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① 첫 번째 무기 드라이버
드라이버 샷거리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력이 20년 가까이 되는 나의 여전한 고민이다. 어쩌면 대다수 골퍼들의 공통적인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드라이버 거리를 10야드만 늘릴 수 있다면 최소한 5타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페어웨이우드나 롱아이언을 잡아야 할 거리에서 미들 아이언이나 쇼트 아이언을 잡을 수 있다면 골프가 얼마나 쉬워질까. 이런 생각을 골퍼라면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골퍼들이 드라이버 샷거리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서 가장 먼저 손에 쥐는 무기가 드라이버다. 드라이버를 똑바로 멀리 치면 다음 샷이 상대적으로 쉽다. 드라이버 샷만 잘한다고 스코어가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드라이버 샷이 짧으면 스코어를 줄이기가 참 어렵다. 특히 요즘은 골프 코스가 점점 길어지고 있어서 드라이버를 멀리치지 못하면 이보다 더한 핸디캡이 없다. 정확도가 똑같다고 가정할 때 250야드를 치는 사람이 200야드를 날리는 사람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드라이버를 (똑바로) 멀리 치면 모두들 부러워한다. 무엇보다도 허공을 가르는 장쾌한 샷은 모든 골퍼들의 로망이다. 오죽하면 ‘남자는 비거리다’라는 광고 카피까지 등장했을까.

기자도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봤다. 미국·일본산 등 매년 좋다는 드라이버는 다 써봤다. 샤프트 길이가 긴 것이나 반발력이 세다는 고반발 드라이버도 휘둘러봤다. 샤프트 종류를 바꿔보기도 했다. 반짝 효과가 있긴 했지만 거리가 확 늘어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 한 가지. 도대체 드라이버 거리를 결정짓는 메커니즘은 뭐 말인가.

비거리의 시작은 헤드 스피드

전문서적에는 ‘헤드 스피드’가 샷 거리를 결정짓는다고 나온다. 헤드 스피드란 클럽을 휘두르는 속도다. 보통 남자들의 스윙 스피드는 시속 90마일(약 145km) 안팎이다. 타이거 우즈는 시속 128마일(약 206km) 정도라고 한다. 키가 1m70cm도 안 되는 ‘루저남’인 나는 89마일 정도다. 거리가 기껏해야 220야드 안팎이다. 스윙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다시 말해 거리를 늘리려 별 짓을 다했다. 상체 힘을 키우려 팔굽혀펴기를 했고, 커다란 싸리비를 휘두르면서 근력을 키우기도 했다. 하체 힘을 키운답시고 틈날 때마다 등산도 했다. 그래도 거리는 안 늘었다. 골프스쿨 유학 시절 할아버지 미국인 코치에게 물어봤다.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영맨, 어디 샷을 한번 해보지 그래.”

나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힘차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210야드를 좀 넘었을까. 그가 말했다.
“프로골퍼 될 거 아니지. 그럼 그냥 지금처럼 치지. 충분한데 뭘 그래.”
좌절감만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드라이버 거리에 대한 갈증은 가시지 않는다. 다시 전문가들을 만나고 책을 찾아봤다. 드라이버 거리를 결정짓는 건 헤드 스피드와 발사각이다. 볼스피드와 백스핀 양도 드라이버 샷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적절한 발사각으로 시작해서 가장 적절한 탄도로 공을 날려 보내야 드라이버 거리를 늘릴 수 있다. 당연히 체공 시간이 길수록 거리는 늘어난다.

프로골퍼 가운데 가장 드라이버를 멀리치는 선수 중 하나가 미국의 왼손잡이 골퍼 버바 왓슨이다. 더스틴 존슨(미국)과 함께 최고의 장타자로 꼽힌다. 키는 6피트 3인치(약 1m91cm). 체구가 크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클럽을 활용하는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드라이버를 멀리치기 위해 티펙을 가능한 한 높게 꽂는다. 미국 골프매거진 조사에 따르면 그는 보통 1.89인치 높이로 티를 꽂는 것으로 나타났다. 짐 퓨릭은 0.78인치, 프레드 펑크는 0.98인치인 데 1인치(2.54cm)나 높게 꽂는 것이다. 티를 높게 꽂은 뒤 어퍼블로로 드라이버 샷을 한다. 발사 각도를 높이면서 백스핀은 줄어들도록 한다. 왓슨의 발사 각도는 보통 15도다. 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11도보다 4도가량 높다. 평균 헤드스피드는 120마일(약 193km)이다.

또 한 가지, 백스핀이 과도하게 걸리면 공이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물론 백스핀이 너무 적어도 곤란하다. 적절한 발사각도와 백스핀 양을 유지해야 공이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왓슨은 백스핀을 줄이기 위해 로프트가 9도인 드라이버를 쓴다. 특이한 점은 그가 44.5인치 샤프트를 쓴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샤프트 길이(45인치)보다도 0.5인치가 짧다.

공이 오래 떠 있을수록 멀리 간다

왓슨의 공은 체공시간이 길다. 미국의 핑골프 조사에 따르면 왓슨의 드라이버 샷은 허공에서 약 7초가량 머문 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추어 남자골퍼들은 기껏해야 3초 내외다. 즉, 왓슨은 가장 적절한 탄도와 백스핀 양으로, 가장 오랫동안 공을 허공에 머물게 하는 방식으로 최대의 비거리를 낸다는 뜻이다. 그는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것으로 유명하다. 체계적으로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 어렸을 때 막대기로 솔방울을 튀기며 놀다가 골프 감각을 익혔다. 그 덕분인지 그는 페이드와 드로 구질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스트레이트성 구질을 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코스의 모양과 지형에 따라 좌에서 우로 휘는, 반대로 우에서 좌로 휘는 구질을 적절하게 때려낸다.

그런데 아마추어들은 티펙을 높게 꽂다가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프로들은 일반적으로 티펙을 높게 꽂을수록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리는 확률이 높아지지만 아마추어들은 티를 높였다가 미스 샷을 내기 일쑤다. 공을 스윗 스폿에 정확히 맞추지 못해서다. 프로 골퍼들이 10차례 드라이버 샷을 해서 8~9회 정도 스윗 스폿에 공을 맞춘다면 아마추어는 절반 이하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은 헤드스피드와 발사각을 신경 쓰기에 앞서 드라이버 헤드의 스윗 스폿에 공을 정확히 맞추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또 궁금하다. 스윗 스폿이란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드라이버 헤드의 어느 부분에 맞춰야 공이 멀리 날아갈까. <장비록> 2편으로 이어집니다.

<도움말 주신 분>
핑골프 우원희 부장, 핑골프 강상범 팀장, MFS골프 전재홍 대표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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