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5월 러시아 전승절 기념식 참석…푸틴과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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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는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제2 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고 러시아 측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조직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내ㆍ외신 인터뷰를 통해 “북한 최고 지도자도 모스크바 방문을 받아들인 세계 26명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중국·쿠바·인도·몽골·남아공·베트남 지도자를 언급하며 김 제1 위원장의 참석을 확인했다.

김 제1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을 경우 2011년 정권 계승 후 처음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자연스레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2~13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북한 이수용 외무상도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김 제1위원장의 방러 사항을 논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북한은 러시아 전승 기념식 참석과 관련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을 가장 먼저 방문해 온 점을 고려하면 김 제1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전에 중국 방문이 가능할지를 타진해 볼 가능성이 있다”며 “김 제1위원장의 행보 자체가 극비 사안이기에 최대한 늦게 공식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은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영국·독일 등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독자 참석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참하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나 남ㆍ북ㆍ러 경제 협력 등 러시아와 협력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점이 고민이다. 10년 전 60주년 전승 기념식엔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러 사안을 고려 중에 있다”며 “다음 달이 돼야 정부 입장이 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김 제1위원장의 참석 사실을 밝히며 박 대통령의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가능한 많은 국가 수반들의 방문을 원하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도 지난 12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양국 관계 강화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남·북한 정상들이 동시에 러시아 있을 때 의지만 있다면 만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러시아 외무부 관리를 인용해 슬로바키아·노르웨이·그리스 및 발칸 국가들이 행사 참석을 통보했고 네덜란드·이스라엘도 참석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이유로 초청 거절 의사를 밝혔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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