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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경기 살리는 '요술 방망이'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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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알바 여러분.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5580원입니다. 5580원 이런 시급! 쬐끔 올랐어요 쬐끔. 370원 올랐대. 이마저도 안 주면 히잉.” 걸스데이 혜리양의 최저임금 인상을 소재로 한 광고가 화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최저시급을 7% 이상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올해 최저임금도 7.6% 이상 올라 6000원을 뚫고 올라갈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전체 근로자 임금평균의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최근 최저임금의 인상이 과도하므로 최저임금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은 소득분배를 위해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 외에도 소득분배개선 개념까지 반영해 크게 인상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득분배개선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부 주변의 움직임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쪽이다. 주로 이런 논리는 개발도상국에서 통용된다. 노사 간 임금교섭이 잘 작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국가표준 임금화해 국가가 임금을 대신 결정해 주는 것이다. 이 경우 최저임금은 내수진작 효과가 크다. 그러나 취약계층 근로자 보호에 특화된 우리나라 최저임금 제도는 개도국과 사정이 다르다. 최저임금의 내수진작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요인은 최저임금의 영향률, 미만율,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수다.

 먼저 최저임금 영향률은 새로이 적용될 최저임금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상 근로자의 비율이다. 2015년의 경우 14.6%로서 1800만 적용대상 근로자 중 270만 정도의 근로자가 영향을 받는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최저임금 수준이 올라갈수록 당연히 커진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4년 이후 두자릿 수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이때부터 영향률은 10%대를 상회하게 된다.

 내수에 미칠 영향력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통계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로, 불법적으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4년 이전에는 5% 미만이던 것이 2004년부터 급증해 2007년 이래로 약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1800만 적용대상 근로자 중 180만 근로자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다. 대체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최저임금 영향집단에 포함된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 약 86만 명(취업비자 60만 명)이 포함된다. 이들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이 해외로 송출돼 올라간 임금의 대부분이 국내에 남는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미만율이 높아지면 별 효과가 없고,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올리면 대부분 해외 송출로 빠져나가 내수진작 효과가 별로 크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하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빈곤층에 속하는 비율은 3분의 1 미만이다. 이는 빈곤·분배정책으로 최저임금 제도의 유효성은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결국 최저임금이 내수진작의 ‘요술 방망이’인 것처럼 정치적으로 부풀려져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좀비 소기업’이나 한계 자영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마디로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소기업이나 자영업의 구조조정은 경제, 산업, 중소기업 정책의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최저임금을 올려 좀비기업·영세업체에 사망선고를 하게 하면 여기서 퇴출된 영세 자영업자나 근로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제 최저임금 논쟁을 둘러싼 포퓰리즘을 내려놓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과학적으로 차분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최저임금 미만율을 낮춰야 한다. 해당 기업의 영세성, 근로감독 인력의 부족, 솜방망이 처벌 등 최저임금 미만율을 높이는 원인들은 많다. 10%대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모든 행정력과 법 집행을 통해 최저임금 준수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최저임금의 효과에 관한 연구분석이 너무 부족하다.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데 과학적 팩트가 없다면 정치교섭으로 전락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의 13.1%, 2006년의 9.2%, 2007년의 12.3%, 그리고 최근 3년의 6~7%대 최저임금 인상률이 소득분배, 자영업, 내수에 미쳤던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관련 국책연구소와 학계가 왕성하게 분석해야 할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객관적 활동을 보장해 줘야 한다. 최저임금심의위는 좀 더 과학적인 통계치를 검토하고 현장의 의견수렴을 거쳐 노사정 합의를 객관화하는 과정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최저임금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분위기라면 최저임금법에 보장된 최저임금심의위 활동마저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