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300살 생일잔치 떠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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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러시아 시절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도시 건설 3백주년을 앞두고 온통 축제 분위기다.

23일부터 6월 1일까지 벌어질 공식 축하 행사에 맞춰 말끔히 단장하고 있는 도시 곳곳엔 기념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주민들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 밝다.

행사 기간 중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 등 세계 43개국 정상들이 도시를 찾을 예정이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는 러시아의 서구화를 이끌었던 전제 군주 표트르 대제가 1703년 5월 27일(구력 5월 16일) 북방전쟁을 통해 스웨덴으로부터 되찾은 핀란드만과 네바강 어귀의 늪지대에 '유럽으로 향하는 창' 역할을 할 도시 건설을 명령하면서 시작됐다.

선진 서구 문물과 제도를 도입, 낙후한 러시아의 부흥을 표방한 표트르 대제는 1712년 건설을 마친 이 도시를 '상트페테르부르크'라 이름짓고 제국의 수도로 삼았다.

이후 1918년 사회주의 혁명 뒤 수도가 모스크바로 옮겨지기까지 2백여년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정 러시아의 중심지였다.

러시아 정부는 '북방의 수도'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건설 3백주년을 맞는 기념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99년 국가 위원회까지 조직했다. 도시를 찾는 국내외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기 위해 낡은 건물을 보수하고 갈라지고 부서진 도로도 새로 깔았다. 이를 위해 약 15억달러(약 1조8천억원)가 투자됐다.

소련 시절 토요일마다 행해졌던 단체 대청소 행사인 '수보트니크'도 부활돼 주민들이 거주지 근처의 거리와 공원 등을 청소하고, 건물 벽과 창문까지 말끔히 닦았다.

1만여명에 달하는 부랑인들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올라온 불법 거주자들이 축제 분위기를 망치지 못하도록 비밀 작전이 벌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거주등록증이 없는 타지역 출신 불법 거주자들은 군용 비행기로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부랑인들은 특별열차에 태워 시베리아 지역 도시로 쫓아버렸다는 것이다. 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97년 모스크바 정도(定都) 8백50주년 때도 부랑인들이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됐었다.

교통경찰은 또 축제 기간 중 낡고 녹슨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을 방침이다.

축제 기간엔 각종 전시회와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빛의 요술사'로 불리는 일본 예술가 히로 야마가타가 네바강의 수면과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벽면을 스크린으로 이용해 연출할 레이저 쇼는 행사의 절정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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