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배치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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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호 02면

주한미군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함께 얽혀 있는 예민한 문제를 우리가 굳이 먼저 나서서 공론화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정부·청와대는 15일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이를 공식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 또 새누리당은 이달 말 정책의총에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그런데 사드 문제를 다루는 정치권의 행보에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기도, 불안해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공론화의 타이밍이 오해를 부를 만하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당한 뒤인 지난 8일 새누리당의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사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튿날엔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달 중 정책의총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입장은 3 NO로 No Request(요청), No Consultation(협의), No Decision(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중 사이에 끼어 우리의 외교적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인 셈이다. 갑작스러운 여당발 사드 공론화는 이와 영 다른 방향이다. 국민에겐 물론이고 대외적으로도 당·정·청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소지가 있다.

 야당은 이를 리퍼트 대사의 피습 사건과 연관 짓는 모습이다. 여권 지도부가 한·미 관계를 우려해 이 참에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는 거다. 야당으로선 충분히 지닐 수 있는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그 표현 방식이 너무 거칠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13일 “청와대에서도 NO라고 말한 사드 문제에 여당이 일방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셀프 조공(朝貢)’이고 과공비례”라고 주장했다. 사드 문제를 ‘조공’에 비유하는 건 독립국가인 대한민국을 폄하하는 처사다. 그럼 우리 정부가 중국의 요구를 수용해 사드 배치를 거부한다면 이를 중국에 대한 조공이라고 하겠는가. 수권정당이라면 무작정 정부·여당 흠집 내기에 열중하기보다 국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우리의 외교·안보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주한미군은 사드 포대가 배치돼야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미연합사는 지난 12일 “사드 한국 배치 후보지를 비공식으로 조사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중국은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 본토까지 미국의 감시망에 들어간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줄 중대 사안을 놓고 우리는 미·중 사이에 끼어 매우 난처한 처지가 됐다. 이 상황에서 우리끼리 정쟁을 벌여선 곤란하다. 안보엔 여도 야도 없다. 북한의 핵 위협 앞에서 당의 이해관계가 따로 있을 수도 없다. 여야는 국가안보라는 최고 수준의 국익 하나만을 고려해 실리적인 결정이 이뤄지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게 사드 문제 공론화 과정에서 여야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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