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9억 → 6억' 한나라 반대로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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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지난달 28일 진땀을 흘렸다. 8.31 부동산 대책 입법을 촉구하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다. 대책을 내놓은 지 석 달이 다 돼 가도록 후속 입법이 늦어지면서 정부.여당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집값이 대책 발표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는 부동산 시장 동향도 여당을 옥죄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입법화 상황은 야당의 벽에 막혀 사안별로 들쭉날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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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잰걸음 건교위, 소걸음 재경위=8.31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입법안은 모두 14개다. 소관 상임위는 건교.재경.행자.법사위원회다. 이 중 건교위의 진도가 가장 빠르다. 국민임대주택특별조치법 등 주로 주택 공급과 관련된 법안들이 몰려 있는 건교위는 이미 3개 법안을 본회의에 넘겨 처리했고, 나머지 4개 법안도 이견 없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부동산등기법을 다루는 법사위도 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법).소득세법이 걸린 재경위다. 30일 국회 재경위는 열 번째 조세법안소위를 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대가 완강해 진전이 없다.

최대 걸림돌은 종부세법 개정안이다. 과세 표준인 주택의 기준시가를 현행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강화하자는 정부.여당 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찐빵의 팥소처럼 8.31 정책의 핵심이다.

여당은 물러설 수 없고, 한나라당은 이를 세금폭탄이라며 결사반대다. 행자위의 지방세법도 재경위의 종부세법 처리와 연계돼 진통을 겪고 있다. 급기야 이날 양당의 원혜영.서병수 정책위의장 등 정책팀이 국회에서 직접 만나 여야 정책협의회의를 열었지만 그저 만났을 뿐,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 감세법과 연계시킨 한나라당=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입법을 감세법안과 연계시키기로 당론을 결정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낸 영업용택시 LPG 특소세와 장애인차량 LPG 부가세 면세 등 5대 감세법안이 수용돼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당론을 정하기까지 한나라당의 발언은 직책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지난달 28일 서병수 정책위의장은 "종부세 기준을 6억원 이상으로 하자는 정부.여당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루 뒤 정책위의장 산하의 이혜훈 제3정조위원장은 "당론은 여전히 현행 9억원 유지"라고 했다. 서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개인 의견"이라고도 했다. 세대별 합산방식을 놓고도 "위헌" "합산이 당론" 등의 발언이 엇갈린다.

부동산 법안을 감세법안과 연계시킨다는 방침은 이런 혼선 끝에 나온 당론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이날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8.31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안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급기야 국회 주변에선 양당 원내대표나 정세균 의장,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가 나설 때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승희.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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