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교사 '명퇴' 쉬워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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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교사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330명이 몰렸다. 시교육청은 그러나 60명만 명퇴를 허용했다.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명퇴 수당 재원이 20억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교사는 명퇴를 하고 싶어도 퇴직수당을 받을 수 없어 마지못해 교단에 남아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중.고교 교사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게 될 전망이다. 20년 이상 근무 교사의 명퇴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호봉이 높은 고령 교사를 내보내고 젊은 신규 교사를 채용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인건비 등 교육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30일 국고 지원을 통해 중.고교 교사의 명예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5일부터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명퇴 희망 교원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 하고 싶어도 못하는 '명퇴'=서울지역의 경우 1999년과 2000년에 교원 정년 단축 조치에 따라 8300여 명의 교사가 한꺼번에 명예퇴직을 한 이후 매년 300명 안팎의 교사들이 명퇴를 신청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희망자 전원을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시설 증축 등 다른 교육재정 수요도 많은 실정이어서 명퇴수당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며 "신청자 중 근속연수가 오래되고 상위 직급인 교사 중심으로 일부만 명퇴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국고 지원을 통해 가급적 희망자 전원에 대해 명퇴를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시.도 교육청이 우선 장기 지방채를 발행해 일시에 수요가 늘어날 명퇴 수당 재원을 마련해 집행하고, 교육부가 국고로 갚아주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 어떤 효과 기대되나=교육부 관계자는 "교사의 명퇴를 활성화하려는 것은 당장은 돈이 더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교사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또 사립 중.고교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명퇴 지원을 통해 재정 부족분을 메워주는 재정결함보조금 지급액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재정결함보조금은 3조572억원으로 5년 전의 두 배 수준이며, 대부분 교사 인건비다.

교육부 분석에 따르면 57세인 교사(2호봉, 연봉 6300여만원)를 명퇴시키고 신규 교사(10호봉, 연봉 2500여만원)를 채용할 경우 첫해엔 명퇴수당 7700여만원(정년까지 잔여 월수 60개월 적용)을 지급하는 등의 이유로 4570여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듬해 누적 적자가 790여만원으로 줄어들고 3년차부터는 매년 3700여만원의 흑자가 난다. 그만큼 인건비가 절약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퇴직 희망 교사의 소원도 들어주고, 신규 교사 채용으로 학교 분위기가 더욱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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