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가 펴낸 『예방도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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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과7범의 도사가 『예방도학 지침서』를 펴냈다.
39년의 짧지않은 인생을 10년은 도둑질로, 10년은 감방에서 보냈던 이춘봉씨(가명·서울둔촌동)는 그동안 교도소에서 만난 6백여명의 강·절도범들로부터 터득한 도학과 자신의 경험을 엮어『새 삶을 찾은 어느 전과자의 고백』으로 이책을 썼다.
이씨의 예방도학은『믿는곳을 파고든다』는 도둑의 기본원리를 사례중심으로 폭로한 것. 9개항목 52페이지로 되어있는 이 도학서의 첫장은 가장 흔한 심야침입절도.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검은 물체가 방안을 마구 뒤지고있다.
이때는 먼저 잠을 깨었다는 신호를 주어야한다는것. 가벼운 기침을 한다든지 하품을 하면된다. 도둑은 집주인이 일단 잠을 깨었다고 판단, 뒤지기를 중지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게된다.
흔히 알려진『불이야!』하는 고함은 금물. 그것은 도둑으로 하여금 자기방어의 본능을 자극시켜 제2의 범행을 저지르게하는 요인이 된다.

<강도>
흉기를든 강도에게는 다소곳이 따르는게 대원칙.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상대방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말을 해야한다. 그럴수록 강도는 난폭한 말씨로 악을 쓰게되지만 이미 양심이 자기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갑자기 이들을 불잡으려하거나 소리치지말고 키·말씨·얼굴의 흉터·옷차림·머리모양등 인상착의를 익혀두는게 중요하다.
강도가 잠든 가족을 깨워 이불을 뒤집어 씌울때 여자들은 머리를 이불속에 파묻고 하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점이 바로 부녀자들이 욕을 당하는 원인이다.

<문단속>
가정에서는 보통 외부와 연관된 현관문·부엌문·마루문등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안심하는수가있다.
그러나 가장 신경을 써야할곳은 방문이다. 방문손잡이의 가운데 꼭지만 눌러둘경우 웬만한 절도범은 손쉽게 열 수 있다. 바깥에 열쇠구멍이 있는것보다 안에서만 열고 잠글수있는 것이 좋다.
도둑을 막기위해 달아두는 장식은 못으로 막는것보다 나사못을 사용하는게 안전하다. 못으로 박은 장식은 힘을 가하면 아무런 소리도 없이 쉽게 빠지기때문.

<패물>
장롱속 패물은 당신것이 아니다. 범인의 제1목표가 장롱이다. 귀중품은 한곳에 집중하지 말고 분산 보관해야한다.
지금까지 한집도 패물을 분산 보관해둔 집도 없었고 두곳에서 패물을 찾았다는 도둑도 없었다.

<신발정돈>
현관에 신발이 가지런히 정돈된 집은 도둑이 꺼린다. 그 집주부의 세심하고 꼼꼼한성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발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집일수록 주부의 신경이 둔하고 잠도 깊이 들며 귀중품보관도 소홀하다.

<높은담>
높은 담일수록 도둑의 목표. 그이유는 담이높은 집일수록 담만 넘으면 경찰관이나 순찰중인 방범대원의 눈을 피할수 있다.
둘째는 잠겨진 현관문등을 뜯기위해 손전등을 켜도 불빛이 새나가지 않고 옆집으로의 연쇄범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2층침입은 높은담이 바로 사다리구실을 한다는점을 알아야한다.

<개>
개는 토사견이나 셰퍼드보다 발발이나 스피츠를 키우는게좋다. 큰개일수록 자기시야에 들어오는 경우만 짖으며 자기시야에서 사라지면 짖기를 멈춘다. 그러나 몸집이 작은개는 겁이 많아 집주인이 깨어 조용히 하라고 소리칠때까지 계속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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