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틀 벗는 게 이익" 유럽에 분리주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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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분리주의 바람이 분다. 25일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역 인사들이 남부 발론 지역과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6일에는 이탈리아 의회가 연방제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일에는 스페인 의회에서 북동부 자치지역 카탈루냐에 사실상 독립국가 지위를 부여하는 개혁안이 승인됐다.

세 나라에서 분리를 주장하는 지역들은 모두 부유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언어.역사.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한 나라로 묶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민족주의의 또 다른 발로다.

◆ "벨기에를 쪼개자"=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9일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 유력 인사들이 독립국가로 거듭나자는 성명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서명자 중에는 전직 은행장, 벨기에 매킨지 사장, 플랑드르 최대 경제주간지 발행인, 벨기에 유력 일간지 논설위원, 경영자협회 전 회장 등이 포함됐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들은 플랑드르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세계화의 도전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벨기에라는 국가의 틀을 벗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는 것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연방제도의 복잡함, 남부 발론 지역과의 정치적 타협의 어려움, 부유한 플랑드르 지역의 돈이 가난한 발론 지역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성명서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지닌 극우정당 블라암스 벨랑당의 주장과 흡사하다. 벨랑당도 국가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플랑드르 지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플랑드르 지역 경영인 둘 중 하나는 벨랑당이 권력을 잡는 것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스페인.이탈리아에서도=스페인 의회는 3일 첫 독회에서 북동부 자치지역인 카탈루냐에 사실상 독립국가 지위를 부여하는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수개월 안에 최종 독회를 거쳐 개혁안이 확정되면 카탈루냐는 조세권과 법률 개정권을 갖게 된다. 1차 독회를 거친 개혁안은 카탈루냐를 '국가(Nation)'로 표현했다. 스페인 2대 도시 바르셀로나를 끼고 있는 부유한 지방 카탈루냐는 언어.문화적으로 수도 마드리드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6일 상원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지난달 하원에서도 통과된 이 개헌안은 내년 봄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개헌안의 골자는 연방제 도입이다. 20개 지방정부가 교육.의료.치안 등 일상과 직결된 분야에서 자율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 북부지역을 대변하는 정당인 북부동맹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집권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북부동맹은 연방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연방제가 되면 잘 사는 북부 도시들이 가난한 남부 지역을 돕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남부 지역에서는 당연히 연방제를 반대해 왔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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