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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전표지판 8개 외국 거리에도 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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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화재위험 경고'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국내에서 낯익은 안전표지판을 앞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안전표지에 대한 국제표준을 정하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작업장 및 공공장소에 쓰일 안전표지 16개 가운데 8개의 국제표준을 한국이 제안한 도안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 육근성 연구관은 13일 "ISO의 안전표지는 세계 146개국에서 사용하고 있고, 회원국이 아니어도 ISO 표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전 세계 표준"이라며 "ISO 회원국은 국제표준을 사용하도록 의무화돼 있어 전 세계에서 우리 도안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한국이 제안한 안전표지 도안은 기술표준원의 의뢰로 세종대 박진숙 교수팀이 만든 것이다.

ISO는 지난해에도 한국이 제안한 안전표지 6개를 국제표준으로 정한 바 있다. 이로써 한국은 그동안 ISO가 제정한 60개의 국제표준 가운데 25%인 14개를 보유하게 됐다. ISO의 국제표준 가운데 31개는 1980년대 이전에 제정된 것이어서 지난해와 올해 새로 제정한 안전표지만 보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표준을 확보한 셈이다.

◆ 어떤 도안이 채택됐나=사무실 등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지판은 독일과 한국이 경합했으나 우리 도안이 최종 채택됐다. 독일 도안은 유럽에선 매우 친숙한 표지판이지만 사람이 소리를 치며 손으로 막는 모양이어서 보는 사람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사용 후 전원차단' 표지판은 일본 도안과 막판까지 경쟁했으나 한국 도안이 최종 낙점됐다. 일본 도안은 플러그 모양이 110V로 돼 있어 220V를 쓰는 나라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머리 위 주의' '화재위험 경고' 표지판도 일본 도안과의 경합에서 우리가 이겼다. 나머지 표지는 독일과 경합했다. 이번에 채택된 도안은 ▶러시아 3개▶영국과 독일 각 2개▶일본 1개다.

◆ 동양인 얼굴도 채택=안전표지 등에 쓰이는 사람 얼굴 도안도 한국이 제안한 동양인 얼굴형이 국제표준으로 선정됐다.

육 연구관은 "그동안 얼굴 모형은 국제표준이 없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만든 코카서스계 서양인 얼굴형이 주로 사용됐으나 이번에 한국이 제안한 동양인 얼굴형이 채택돼 의료용 안전표지 등에 이 얼굴형이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어떤 의미가 있나=한국 안전표지가 국제표준이 되면 당장 기존의 안전표지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비용이 절감된다. 국제표준을 보유한 나라는 디자인 강국으로서 위상도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 국제표준으로 채택시킨 녹색 비상구 표지다. 이 도안을 만든 일본인 오타 유키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인정받았고, 일본 디자이너가 유럽과 미주로 대거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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