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100% 동부아남반도체 상우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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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 17일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위치한 동부아남반도체 상우공장. 도시바.EMLSI 등 국내외 비메모리 메이커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납품하는 생산라인(Foundry)이다.

30만평의 공장 부지 위에 첫번째로 세워진 제 1팹(Fab.생산 라인)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정신이 없다. 현민수 생산팀장은 "24시간 풀가동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곳엔 대당 1백억원이 넘는 장비들이 즐비하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초미세 공정 때문인지 라인엔 긴장감마저 흐를 정도다. 그러나 직원들의 얼굴은 활기차 보였다.

상우공장은 지난 3월부터 주문이 급증하는 바람에 가동률이 거의 1백%대에 달하는 데 2001년 4월 공장 설립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웨이퍼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는 공정인 에칭라인에서 만난 조장 윤경희(27.여)씨는 "주문이 많이 밀려 힘들지만 오랜만에 일감이 늘어 정말 신이 난다"며 기뻐했다.

현재 월 5천장 정도에 머물고 있는 웨이퍼 생산량이 오는 8월에는 8천장, 연말 께엔 1만1천장을 넘어설 것으로 공장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도 있다. 바로 인력 부족이다.

현민수 생산팀장은 "인력이 모자라 생산라인 여직원들의 부모를 직접 설득해 여동생이나 언니까지 데려올 정도"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처럼 상우공장은 국내 D램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추락으로 고전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회복의 '훈풍'을 한껏 누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보다 23% 성장한 1백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엔 40%, 2005년엔 30%의 성장세가 예상될 만큼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상우공장은 지난해 10월 아남반도체와 동부전자가 합병해 탄생한 동부아남반도체가 부천공장과 함께 가동 중인 첨단 파운드리 생산라인.

회사측은 이곳 상우 공장을 국내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의 차세대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특히 현재 시장의 80%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TSMC.UMC 등 대만 경쟁사들을 잡기 위한 투자와 기술 개발도 세계 어느 파운드리 업체보다 적극적이다.

이 공장 생산본부장인 이정 부사장은 "올해 3천억원을 투자해 현재 0.18미크론 공정 위주의 라인을 0.13미크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또 2005년까지 상우공장에만 1조3천억원 안팎을 투입해 나노(nano)급 미세 공정이 가능하고 12인치(3백㎜) 웨이퍼 설비를 겸비한 양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홍보팀 권기주 과장은 "고객사들이 비메모리 반도체를 사실상 공동 개발, 생산하는 수준의 기술과 생산 공정을 갖출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순히 주문을 받아 위탁 생산만 하는 체제로는 더이상 살아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발 주자로서의 강점도 적지 않다.

신설 공장인 덕분에 장비가 모두 최신 기종인 것도 그 중 하나. 여기에 탄탄한 기술인력까지 갖췄다. 이정 본부장은 "고객(클라이언트)회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납품하는 시간이 파운드리 업계에서 가장 빠를 정도로 직원들의 이해력과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동부아남반도체의 단기 목표는 일단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싱가포르의 차터드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CSM)을 제치는 것. 회사 측은 늦어도 2006년까지는 월 7만장 가량의 웨이퍼 양산 체제를 갖추는 등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동부아남은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한 TSMC 등 대만 업체들과의 전면전은 피하는 대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다행히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TSMC 등이 PC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주문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동부아남반도체는 휴대전화 등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용 칩과 첨단가전용 반도체 등 떠오르는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최근 들어 D램업체들조차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는 자체 공장을 갖는 대신 점차 위탁생산업체를 찾는 경향이 뚜렷해면서 전체 파운드리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고무적이다. 이정 본부장은 "현재 3%대에 머물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05년이면 5%로, 매출도 10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충북 음성=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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