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科技 선진국 유럽과 손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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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서-.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가진 독일.스위스.유럽연합(EU) 등 유럽 순방의 주요 테마였다.

그동안 지나치게 미국 지향적이었던 한국의 과학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유럽과 협력가능한 분야에서 찾아보자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었다.

박장관이 스위스와 EU 집행위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첫번째 과기부장관이라는 사실이 그동안 한쪽으로 치우쳐온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박장관은 순방을 마친 뒤 "우리가 과학기술 선진국인 유럽을 너무 몰랐다"며 "무엇보다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유럽과 인식을 공유하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손을 잡기로 합의한 것은 순조로운 출발 이상이었다"고 첫 순방을 평가했다.

이번 순방 가운데 가장 큰 성과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 가입 과정에서 EU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냈다는 것.

ITER는 핵에너지를 이용하면서도 방사능의 위험 없이 전기를 만드는 장치. 개발에는 EU.미국.일본.중국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50억달러를 들여 2004년부터 10년간 건설하게 된다.

이경수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 단장은 "세계적 수준인 국내 원자력과 중공업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ITER 가입이 필수적"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EU의 지지 약속은 ITER 가입과 함께 앞으로 핵융합기술을 선점하는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4차 한.스위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스위스와 본격적인 협력체제를 갖췄다는 점도 의미있는 성과로 꼽힌다.

1995년 한.스위스 라운드테이블이 처음 열린 이래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스위스가 바이오.나노.정보통신 등의 분야에서 공동연구에 선뜻 합의한 것은 예상 밖의 빠른 진척이었다.

스위스는 국민 1인당 연구개발비 규모가 세계2위로 노벨수상자를 14명이나 배출한 과학기술 강국. 과기부는 이 같은 실력 차이를 감안해 즉각적인 공동연구보다는 우선 유학생 등 젊은 과학자의 인적 교류부터 활성화할 방침이다.

과기부는 영국의 시버링 장학제도를 벤치마킹, 10억~20억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버링 장학제도는 유학생을 보내는 국가에서 체재비를 지원하고 영국에서는 수업료 감액 및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박 장관이 면담한 파스칼 쿠쉬팽 스위스 내무장관겸 대통령도 이같은 기금 조성과 과학기술 협력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와 과학기술협력을 모색키로 했다. EMBL은 이스라엘을 포함한 유럽의 16개국이 회원으로 가입, 공동연구는 물론 분자생물학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로 통한다.

과기부는 EMBL측과 한국의 준회원국 가입 등 세부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조만간 기술조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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