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완벽을 원하는 두 남자의 격돌 … 그들의 열정·음악에 감전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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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앤드류(왼쪽)를 혹독하게 다그치는 플렛처. [사진 쇼박스]

‘위플래쉬’(12일 개봉)는 영화 전체가 한 곡의 드럼 연주 같다. 천천히 둥둥거리며 시작했다가 돌연 휘몰아치기 시작해 나중엔 심장이 터져버릴 듯 질주한다. 날쌔고 감각적인 연주로 내달려 관객을 감전시키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위플래쉬’는 드럼을 전공하는 음대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와 그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플렛처 교수(J K 시몬스)의 관계를 그린다. 최고의 실력파만 모은 밴드를 지도하는 플렛처는 학생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것으로 악명 높다. 플렛처의 밴드에 발탁된 앤드류가 설레는 것도 잠시, 플렛처는 곧 뺨을 때리고 의자를 집어던지기까지 하며 앤드류를 자극한다. 이에 앤드류는 이를 악물고 손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음악에 매진하기 위해 잘 만나던 여자친구까지 멀리한다. 하지만 플렛처는 그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앤드류는 실의에 빠져 음악을 그만두기까지 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다시 플렛처의 밴드로 돌아온다.

 이는 결국 앤드류와 플렛처의 독한 열정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과정이다. 두 인물은 완벽한 음악을 갈망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그 둘이 서로를 자극하고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이 영화는 어떤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열정의 무모함과 폭력성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하는 짜릿한 희열의 순간을 장렬하게 펼쳐 보인다. 그 빽빽한 감정의 드라마가 아주 관능적이다.

 이 영화의 압권은, 무대에 오른 앤드류가 플렛처의 방해를 뚫고 숨 막히는 드럼 연주를 선보이는 마지막 장면이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드럼 비트와, 앤드류와 플렛처 사이를 오가는 짜릿한 긴장이 하나가 되어 흐르는 바로 그때 영화는 막을 내린다. 서로 할퀴던 두 사람이 드디어 함께 맛보는 ‘완벽한 절정’의 순간, 두 사람의 열정에 탄복하게 된다. 절로 손뼉을 치게 되는 결말이다.

 ‘위플래쉬’는 지난해 미국 독립영화계 최고의 수확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뒤 독립영화로는 유일하게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는 미국의 신예 감독 데미엔 차젤레(30). 그는 고교 밴드부였던 자신의 경험담을 모티브 삼아 ‘위플래쉬’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극 중 플렛처 교수로 열연한 J K 시몬스는 이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받았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극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그의 연기가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vR7mbk65qk]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속에 휘몰아치는 드럼의 비트가 관객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김세윤 영화저널리스트) : 그의 템포에 끌려갈 것인가, 나의 템포로 끌고 갈 것인가. 관객의 마음을 난타하는 통렬한 라스트 신! 미친 감독이 미친 배우들을 만나 제대로 미친 영화 한 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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