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고비사막에 묻어주겠다" 중공, 국제 쓰레기 수거 업 자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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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상보다 높아지는 발전단가와 방사능 폐기물 처리문제로 침체상태에 빠진 서구의 원자력 발전산업은 중공이 핵연료 폐기물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덕분에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도 막대하지만 환경 보호론자들을 비롯, 폐기장소로 예정된 곳 인근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쓰레기」버릴 곳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있던 서독 등 서구의 원자력발전회사들은 이 같은 제의를 두고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8일 서독신문들의 보도에 따르면 중공은 서구의 핵 발전 쓰레기를 고비사막에 묻어 주는 댓가로 우선 60억 달러의 외화를 벌게 되리라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독의 핵연료회사인 누켐사를 대리인으로 진행중인 중공의 방사능쓰레기 상담은 우선 4천t을 인수하겠다는 것으로 돼있는데 중공은 kg당 1천5백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서구국가들이 중공의 제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은 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되고 나서도1백∼10만년동안 생물에게 치명적인 방사능을 방출하는 핵 쓰레기를 땅속에 묻는데 중공 신강성의 고비사막(한반도의 6배 면적)만큼 이상적인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안전성외에 경제성으로 보아도 중공이 제의한 kg당 1천5백 달러의「쓰레기 수거료」는 아주 유리하다.
유럽에서는 핵폐기물을 묻으려면 그전에 다시 핵 처리 과정을 거쳐 남아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축출해야 한다. 이렇게 다시 뽑아 쓰는 핵연료가 경제성이 있건 없건 핵폐기물의 방사능 방출기간과 양을 극소화하기 위해 재처리는 필수적이다.
이런 재처리과정을 거쳐 1천m의 지하에 핵폐기물을 묻으려면 t당 4천 달러가 소요되기 때문에 중공이 제의한 값은 경제적으로도 훨씬 매력적이다.
게다가 서구국가들은 최근 폐기물을 재처리해줄 장소를 찾아 고심 중이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핵폐기물을 처리해주던 영국과 미국의 핵연료 재처리공장들이 안전성의 문제 때문에 문을 닫거나 작업중단 상태에 있고, 프랑스도 85년까지의 계약분 이외엔 처리의뢰를 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런 재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핵 쓰레기까지 인수하겠다는 중공 측의 제의에 서구국가들이 반가와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공은 우선 서구에서 4천t을 인수, 1990년까지는 kg당 1천5백 달러, 그 이후는 해마다 인수가격을 재조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그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서독의 경우만 해도 해마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쓰레기가 4백50∼5백t(트럭2천대분), 2000년까지 모두 1만t, 2010년까지는 1만8천t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보면 유럽을 상대로 한 중공의「핵 쓰레기」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김동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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