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 통일노선서 탈피 국제정세적응, 방향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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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반도가 단일정부로 재통일되기는 어렵다고 한 조자양 중공 수상의8 일 발언은 중공이 지난 35년 간 간직해온 북한의 통일정책 지지에서 서서히 벗어나 현실의 국제정세에 적응하려는 노선전환을 의미한다.
중공은 최근 자국의 현대화추진을 저해 할 수 있는 주변정세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조치 중의 하나로 한반도의 긴장격화를 예방하려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왔다.
중공은 특히 대미관계개선의 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한반도 긴장상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북한 김일성의 모험주의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김일성 부자 세습체제를 인정하는 값비싼 댓가를 치렀고 미얀마 참사에 대해서는 북한을 암묵리에 강력히 비판했다.
호요방 중공 당 총서기는 83년11월 방일 중 『한반도정세가 장기간에 걸쳐 안정되는 것을 희망한다』
『통일과 평화 중 양자택일을 할 경우 평화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한반도의 현실타파를 주장하는 북한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중공의 이 같은 현상유지 희망은 등소평 중공 당 고문위 의장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김일성과 비밀회동한 끝에 3자 회담 안을 김에게 제의했다는 설이나 김정일이 83년 방중 후 중공을 맹렬히 비난했다는 설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조 발언의 맥락은『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두개의 국가가 한반도에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고 이범석 외무장관 83년6월 29일)『미국은 한반도에 두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한다』(「레이건」대통령·83년11월12일 한국국회연설)는 등의 발언과 서로 닿는다.
이렇게 한·미·일과 중공은 모두 한반도안정에 이해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공이 83년 10월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과 관련해 미·중공간의 교량역할을 하는 등 능동적 자세로 임하고 있음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조 의 발언은 북한 외상 김영남이 중공을 방문하고 있는 때라서 더욱 주목된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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