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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스마트워치 전쟁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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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가 드디어 공개됐다. 아직 걸음마 상태인 스마트워치 시장은 순식간에 전쟁에 돌입했다. 이기는 쪽이 전도유망한 스마트워치 시장을 잡을 공산이 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직접 공개한 애플워치는 크게 세 종류다. 알루미늄 재질이 300달러 중후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가 500달러 중반~1000달러 초반이다. 18캐럿 금으로 싸인 최고급 사양은 최저 1만달러(약1100만원), 최고 1만7000달러(약 1900만원)다. 애플은 다음달 24일부터 미국·중국·일본·영국 등 9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한국은 1차 출시 리스트에서 빠졌다.

애플워치는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의 대권을 잡은 팀 쿡이 첫 신제품이다. 시장의 관심은 애플워치가 아이패드나 아이폰처럼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로 모인다. 힌트는 애플의 성공 히스토리에 있다. 사실 애플은 스마트폰을 처음 만든 회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끌어들여 만든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는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다.

이번에도 애플의 강점이 발휘됐다. 애플워치엔 수천 개의 앱이 장착됐다. 애플워치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심장박동수를 체크한다.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를 부를 수 있고, 비행기 예약도 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애플 페이’도 탑재됐다. 버튼을 누른후 시계를 단말기에 갖다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애플의 또 다른 강점인 디자인은 이번에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것은 혹평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타일은 있지만 킬러 앱은 없다”고 제목을 뽑았다. 포레스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맥퀴베이는 “다른 스마트워치 업체들이 갖고 있지 않거나 흉내낼 수 없는 특징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이폰과 연결돼야만 모든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연동해야만 통화가 가능하지만, 삼성의 기어S나 LG의 어베인은 스마트폰 없이도 통화나 문자 전송을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아이폰 용 앱과 애플워치용 앱을 모두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없다. 18시간의 배터리 지속시간도 타사 제품에 비하면 자랑할 것이 못된다. 기어S만 해도 최장 48시간이나 된다. 최고급 사양인 ‘금 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성능과 부품은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과 동일한데 금으로 덮였다는 이유 때문에 가격은 18배다. 일반 대중들을 멋쟁이가 된 것처럼 느끼게 했던 애플의 기존 제품 철학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알루미늄 제품과 비교해선 마치 벽돌처럼 느껴진다”며 “도대체 누가 왜 살 것인가”라고 했다. 럭셔리 시계 시장과 스마트워치 시장을 다 잡겠다는 욕심이 과해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계의 작은 화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다양한 앱을 제대로 활용하기엔 화면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다. 누구도 애플워치의 흥행을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최근 애플워치가 올해 154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경쟁업체들의 판매량을 모두 합친 것을 단번에 능가해 5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대체 무엇이 여러 단점과 비판에도 불구 애플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일까. 중요한 원동력 하나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다. 전 세계엔 애플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며칠씩 길바닥에서 밤을 새우는 ‘애플 마니아’들이 깔려있다. 지난해 가을 아이폰 6가 좋은 사례다. 아이폰 6의 최대특징은 혁신적인 기능이 아니라 화면 크기의 대형화였지만, 소비자들의 찬사 속에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러나 혹평이 쏟아진다는 것은 애플워치가 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시장을 열어주면 삼성과 LG 등 국내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도 애플이 시장을 조성하자 삼성과 LG가 바짝 따라붙어 시장 파이를 키웠다. 다만 애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앱 생태계와 디자인 역량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가 국내업체들의 과제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하현옥·손해용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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