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 국내서도 가능하다|「시험관 아기」의 탄생 과정과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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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국내에서도 체외수정이 시도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있자 이에 대한 문의나 시술을 희망하는 불임여성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흔히 「시험관아기」로 불리는 체외수정은 불임증을 해결하는 최후의 방법이긴 하지만 임신이 안되는 부부라해서 누구나 그 대상이 되는것은 아닌데도 불임부부면 누구나 가능한것으로 오해되는수가 많다. 또 체외수정중에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겹치는 경우가 있어 그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그러면 체외수정은 어떻게 하는것이며, 누가 그 대상자가 될수 있는지를 전문가로부터 들어본다.

<체외수정>
체외수정은 난자와 정자가 자궁안에서 만나 수정되는 자연임신과는 달리 정자와 난자를 채취, 체외의 시험관(배양기)에서 수정해 그 수정된 난을 자궁속에 이식해서 착상시켜 태아가 성장하는것으로, 78년7월 영국에서 첫 체외수정아(시험관아기)가 태어난 이래 지난 연말까지 16개국에서 4백50여명이 출생했고, 5백여명이 임신중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상>
흔히 불임부부란 일정기간(2년 정도)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부부로서 대략 10쌍에 1쌍 정도가 이에 해당된다. 불임의 원인은 남성요인 여성요인이 거의 같은 비율이며, 여성요인 중에서도 배란·난관 자궁·경관등 이상부위나 현상에 따라 여러 요인으로 분류된다.
체외수정은 이러한 여러 불임요인 중에서도 난관요인, 즉 양쪽 난관이 막혀 있고, 수술등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부인, 또 부인은 정상이지만 남편의 정충수가 모자라서 임신이 안되는 경우, 그리고 모든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데도 임신이 안 되는 정상불임부부가 1차적인 대상이 될수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여성의 경우는 정상적인 자궁과 난소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복강경을 통해 난자를 채취할수 있는 35세 미만 또는 40세미만 (나이가 많을수록 실패율 또는 기형아 출산율이 높기때문)이어야 한다. 남편에게 정충이 전혀없는 경우 대상에서 제외됨은 물론이다.
또 부인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임신·분만·양육에 견딜수 있는 건강상태가 필요하며 시술 전 의사로부터 시술방법과 임신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부부양쪽이 동의해야만 한다.
물론 다른 여자의 난자나 자궁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어 여자에게 유전병이 있거나, 자궁이 없는 경우, 외국에서는 극히 선택적으로 시도되고 있으나 비 배우자간에는 어떤 형태로든 체외수정을 하지 않는것이 현재의 기본원칙이다.
또 외국에서는 남자의 이상으로 수정능력이 없을때 병원의 중개로 다른 남성의 정자를 얻어 여성에 주입하는 체내수정도 있으나 국내에서는 보고된 예가없다.

<방법>
체외수정은 성숙한 난자를 채취한 후 남편의 정자를 넣어 수정, 배양한 후 수정난을 자궁 속에 이식하는 여러 과정을 거친다.
원리자체는 간단하지만 인공적인 배란유발, 난자채취시기의 결정과 채난·배양 수정난의 관리와 이식등 각 단계 모두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아주 어려운작업으로 한번의 생리주기에 걸친 임신성공률은 15∼25%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회의 초음파검사·호르몬검사·질점액검사등을 받게되며 그만큼 비용도 많아질 수밖에없다.
비용은 미국에서는 1회 시도에 5천∼8천달러, 일본이 80만∼1백만엔, 영국은 1천5백∼1천8백 파운드로 알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회 시도에 2백만∼3백만원선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국내현황>
지난해 일부 개인의원에서 수정난을 이식해왔고, 서울 을지병원에서는 박노경박사가 지난2개월간 10예의 수정난 자궁 내 이식을 한바있지만 아직 국내에서 임신에 성공한 예는 한 건도 없다.
거의 혼자 힘으로 모든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박박사는 매달 5명 정도에 체외수정을 시행, 금년 말까지는 체외수정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하고있다.
한편 2년 전부터 시험관아기 프로그램을 마련, 조심스럽게 추진해오고 있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팀은 전문요원의 해외훈련, 장비의 도입, 시술팀의 구성을 끝내고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기초연구와 동물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 장윤석교수(산부인과과장)는 『모든 준비는 끝나있는 상태며 다만 기술외적인 문제가 많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고 학자적인 양심에 따라 정확한 불임검사를 거쳐 해당자를 엄선, 시험관 아기 크리닉에 등록, 시술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임신성공률은 20%정도를 기대하고 있는데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대 팀은 2월초부터 체외수정을 시도할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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