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아파트에 대공포 설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25일 오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헬기가 신축된 고층아파트 옥상에 대공포를 설치하고 있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25일 오전 서울 ○○지역에 신축된 고층아파트 옥상에 헬기를 동원해 대공포인 벌컨포를 설치했다. 신축 아파트 단지 위에 갑자기 UH-60 헬기가 나타나 작업을 벌이자 주민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수방사는 전날 이 일대에 헬기를 이용한 장비 이동 훈련을 예고했다. 하지만 대공포 설치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내 고층빌딩에 설치된 대공포의 배치 상황은 군사 2급 비밀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이날 대공포 설치 장면은 주변에서 다 볼 수 있었다.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촬영할 수도 있었다.

군은 "야간작업도 검토했지만 어두워서 사고라도 발생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청사 등 공공시설이 아닌 사유 건물에 대공포를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군사시설 보호 규정에 따라 설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비행금지구역 및 대공방어협조구역의 지정에 관한 법'은 민간 소유의 빌딩이라도 대공작전에 장애가 되면 대공포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서울시내에 새로 들어서는 고층건물 때문에 다른 빌딩 옥상에 이미 설치된 대공포의 방어공역이 가로막히면 그 대공포를 신축 건물로 옮길 수 있도록 법제화됐다는 설명이다. 군은 이를 근거로 건축허가 단계에서부터 개입한다. 신축 빌딩으로 대공포를 옮겨야 한다고 판단되면 신축 빌딩의 설계 때부터 대공포 시설이 포함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관련 설계 및 시설 비용을 건축주가 부담하는 합의서도 체결한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대공포를 이전하도록 만든 원인제공자가 건축주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날 대공포를 옮긴 고층아파트 옥상에도 대공포 시설과 1개 분대 규모의 장병이 기거할 내무반, 식당 등이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장병들과 주민들 간의 접촉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장병들은 관리용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며, 휴가 때 외에는 빌딩 아래로 내려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공포 장병들에게는 빌딩 옥상 진지가 '도심 속의 섬'과 같다. 장병들이 먹을 음식물 등 부식은 2~3일에 한 번씩, 다른 물품은 한 달 단위로 보급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