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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TV" DMB비디오, 너 떨고 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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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 손 안의 TV'로 불리는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가 충무로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영화의 배급 방식, 수익 구조 등에 변화를 몰고올 조짐이다.

파문은 위성DMB TU미디어가 25일 오후 11시 올 하반기 극장개봉작 '새드무비'(아이필름 제작)를 방영하면서 시작됐다. TU미디어는 이날 '새드무비'를 필두로 최신 개봉영화를 방송하는 '채널블루 프리미엄' 코너를 신설, 영화 2~3편을 무료 서비스한 뒤에 내년부터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PPV.Pay Per View)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험적 성격의 무료 상영이기는 하나 최신 영화가 비디오.DVD로 나오기 전에 위성DMB를 타고 방영되기는 처음이다.

당장 비디오업계에 불똥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새드무비'의 비디오 판권을 구매한 튜브미디어 측이 난감한 표정이다. 파일 불법복제 등로 위축된 비디오 시장에 위성DMB까지 가세하면 비디오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한국영상산업협회에 따르면 VHS.DVD 등 국내 비디오 시장은 매년 15% 정도씩 줄어들고 있다.

TU미디어의 최신작 상영은 영화 2차 판권(극장 개봉을 제외한 판권) 시장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 영화는 통상 극장→ 프리미엄 케이블→비디오.DVD→지상파 순으로 선보였으나 이번에 DMB방송이 극장 바로 다음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통신업체의 영화계 진출이 활기를 띠면서 통신자본이 충무로를 '접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TU미디어가 방영한 '새드무비'는 SKT가 지분을 투자한 연예기획사 IHQ의 자회사인 아이필름이 제작한 영화다. 통신사→연예기획사→영화사의 수직적 구조를 갖춘 셈이다.

영화계는 TU미디어의 향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는 26일 영화제작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긴급 모임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김형준 회장은 "위성DMB의 이번 조치가 비디오.DVD 등 2차 부가판권 가격을 낮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영화가 관객에게 다가가는 창구가 하나 늘어난 건 환영할 일이지만 비디오 시장 자체를 축소시키는 쪽으로 흘러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많은 영화인은 또한 신작 영화의 극장.위성DMB 동시 개봉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콘텐트 확보가 지상 과제인 이동통신사들이 톱스타들을 보유한 매니지먼트사나 영화사를 인수해 자사 스타들로 만든 영화를 모바일에서 틀 경우, 비디오.DVD 시장은 물론 기존의 극장 수익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필름의 김상영 이사는 "뮤직비디오.만화.게임 등과 달리 장편영화의 모바일 상영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단기적으론 충무로가 위기감을 느끼겠지만 장기적으론 모바일과 극장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것"이라고 말했다. 충무로의 위축은 바로 콘텐트의 부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양성희.김범석 JES 기자

※JES(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는 중앙일보 미디어네트워크 내 신문·방송·출판·인터넷에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관련 콘텐트를 공급하는 콘텐트전문 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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