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하다고요? 잠재력은 하늘만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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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DMB 전용 시트콤인 ‘얍!’의 한 장면.[자료사진=중앙포토]

"손바닥만한 단말기라고 하지만 표현의 제약은 거의 없습니다. 이것 보세요. 자막까지 확실하게 보이죠?"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용 드라마로는 첫 작품인 '얍'을 만든 이용해(39) 감독을 21일 그가 속한 제작사 '초록뱀 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 회당 15분짜리인 이 프로그램은 이미 52편으로 구성된 '시즌 1'이 만들어져 방영됐다. 곧 '시즌 2'의 제작도 돌입할 계획.

SBS방송에서 '나 어때''행진' 등 청춘 시트콤을 만들었던 이 감독은 "DMB가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콘텐트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DMB라는 뉴미디어의 등장은 가슴 설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DMB 가입자 수는 28만명. 업계는 내년에는 120만~140만명으로 가입자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하지만 단말기 값만 떨어지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미디어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손 안에 쥐고 선명한 화질의 화면을 나만 본다고 생각해봐라. 이렇게 개인화된 미디어는 없다"며 "'얍'을 만들어보니 DMB는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쉽게 이끌어낼 수 있으니 심리 드라마에 강점이 있겠다는 감이 온다"고도 말했다. 물론 제작자 입장에서 TV와 다른 점은 있다. 화면이 작다 보니 원거리에서 찍는 풀샷(full shot)은 한계가 있고,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동작으로 보여주는 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강점도 있다. 이 감독은 "그간 지상파의 청춘 시트콤은 몸만 대학생일 뿐 사실상 중.고등학생의 언어와 생각을 표현했다. 일반 대중에게 무차별로 노출되는 방송의 특성상 표현 수위에 제약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개인 매체인 DMB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얍'의 경우 주연배우인 김지훈과 쥬얼리 이지현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지상파 시트콤보다는 훨씬 솔직한 대사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랑에 빠지면 한번이라도 더 안고 싶고 키스하고 싶어하는 20대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얍'은 소재 자체도 기존 드라마와는 다르다. "초능력 세계에 살던 남자들이 초능력 시험에 낙방한 벌로 인간세계로 내려와 평범한 여대생들과 한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라는 설명처럼 다소 만화 같은 설정이다. 그러나 DMB라는 매체는 이런 이색 소재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이런 '실험'을 통해 신생 매체 DMB는 성장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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