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들' 영화사측 "박정희에게는 사생활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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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때그사람들'(사진) 상영 금지 및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은 공사가 구분되고 사적인 것은 보호돼야 하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는 사적인 영역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심이 된다"고 주장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장 조경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 첫 기일에 피고 명필름측 증인으로 나와 "영화에 나온 행위들이 박 전 대통령의 사적 영역으로 볼수 있는가"라는 영화사측 변호인의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한 교수는 특히 "당시 술자리는 박 전 대통령의 고향 친구가 모인 자리가 아니라 국가의 서열 1,2,3위가 있었던 자리로 권력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으며, 비용은 국가 예산으로 댔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일본어를 사용하고 일본 노래를 불러 친일적으로 묘사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시 사람들 사이에 일본어를 쓰는 것은 자연스러웠다"며 "그 시대의 정서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한 교수는 "제작사 측이 영화 제작에 앞서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거의 사실에 입각했으며, 알려진 사실에 충실하게 그렸다고 평가한 바 있다"고 밝히고 "공개 논쟁을 통해 10.26 사태에 대한 역사적 검토를 촉구한 데서 의미있다"고 영화를 평가했다.

역시 이날 피고 측 증인으로 나온 영화평론가 김영진씨(필름2.0 편집위원)는 "영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캐릭터가 부여되지 않았다"며 "망자가 여색을 밝히고 친일적인 사람으로 묘사됐다"는 원고 박지만씨 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김씨는 "영화에 붙어 있는 다큐멘터리는 실제 사건과 영화와의 관계를 어떻게 픽션화하는가 하는 관계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 다큐멘터리로 인해 영화를 모두 사실로 받아들일 만큼 관객은 단순하지 않다"며 영화의 다큐멘터리 부분을 삭제해 상영하라고 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비판했다.

또 "영화는 박 전 대통령을 평범한 인간으로 묘사했으며, 특별한 캐릭터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특정관객들이 선지식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수 있을 뿐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여색을 밝히고 친일행위를 했다고 묘사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씨는 원고 박지만씨 측 변호인이 부마항쟁 진압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그 진압자인 박 전 대통령의 사생활 부분을 영화 앞에 대비시킨 것과, 누군가가 박 전 대통령 시신의 성기 부분에 모자를 얹는 장면을 문제시하자 "영화는 연결이며 관계다. 한 컷 한 컷을 놓고 물어보면 할 얘기가 없다"라는 말로 일축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5일 오전 11시 열리며, 이때 선고 날짜가 정해질 예정이다.

스타뉴스=양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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