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銀 행장실이 더 좁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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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은행일수록 행장실은 좁다?

20일 본지 취재팀이 8개 시중은행과 2개 국책은행(수출입은행 제외)의 은행장실을 조사한 결과, 경영 성적표가 좋은 은행일수록 행장실 면적(집무실 기준)이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은행장실 평균 면적은 19.8평으로 정부 부처 장관실(49.9평)이나 차관실(33평)보다 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은행의 지난 1분기 총자산이익률(ROA.이익÷총자산).자기자본이익률(ROE.이익÷자기자본)을 비교한 결과, ROE와 ROA가 상대적으로 높은 하나.신한은행 등의 은행장실이 더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ROE가 22.10%인 하나은행장실은 18평, ROE가 13.27%인 신한은행장실은 17평으로 평균보다 작았다. 반면 산업.기업은행 등 실적이 상대적으로 나빴던 은행들의 행장실 면적은 평균치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계 관계자는 "효율과 실적을 중시하는 은행장일수록 집무실을 실무형의 소박한 공간으로 꾸미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장들의 집무실은 대체로 검소했다. 화려한 소파나 고가의 그림이 걸려 있는 곳은 없었고, 행장 책상마다 빼놓지 않고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SK사태와 경기 부진으로 은행 형편이 나빠지면서 행장들이 집무실을 줄이는 등 감량경영에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장은 취임 후 38평의 집무실을 현재의 32평으로 줄였고, 접견실도 23평에서 8평으로 줄였다. 수행비서도 없앴다. 산업은행은 "최근 새 총재가 취임했지만 10년 넘은 총재 접견실 소파와 가구를 계속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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