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천수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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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마리의 새가 수면을 박차고 한순간에 튀어 오른다. 회오리바람 일듯 치솟아 하늘을 휘도는 가창오리의 군무(群舞).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중 이만큼 가슴을 뛰게 하는 것도 없지 않을까. 이역만리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천수만의 하늘을 수놓는 장엄한 날갯짓은 세계적으로도 진귀한 풍경이다.

그런데 과연 저 숭고한 몸짓이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의 주범일까?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의제로 다루었다니 AI 문제가 세계의 관심사인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아직까지 AI가 야생 철새로부터 인간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지만 이것 역시 인류가 극복해야 할 수많은 바이러스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해마다 철따라 300여 종의 철새가 오고가는 천수만은 새들의 낙원이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0% 이상이 찾아들 뿐 아니라 황새.독수리.고니 등 멸종 위기의 새들이 지친 날개를 접고 쉬어가는 곳이다. 우아한 춤을 추듯 깃을 활짝 편 황새, 웅장한 날개를 곧추펴고 바람을 타듯 활공하는 독수리, 쪽빛 물결위에서 긴 목을 고상하게 치켜세운 고니, 이들 하나하나가 이 땅의 생명이다. 새들이 살 수 있는 땅이야말로 생태계가 살아 있는 땅이고 사람 또한 그 땅에서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생명일 따름이다. 새와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 이를 지키는 것 또한 사람들의 몫이다.

새를 찍으려면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망원렌즈가 없다면 초점 거리를 늘려 주는 컨버터를 준비하는 것도 방편이다. 새들이 놀라지 않게 멀리서 촬영해야 하고 눈에 잘 띄는 화려한 복장은 피해야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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