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빌리지」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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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구촌 (글로벌 빌리지) 이란 말은 캐나다의 문명 비평가 「마셜·맥루언」이 처음 사용했다. 전달 매체가 발달하면서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 사이가 마치 옛날의 촌이나 부족 집단처럼 좁혀진다는 뜻이다.
지금 그런 얘기를 신기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위성 중계를 통해 이 순간 미국 워싱턴 시에 내리는 함박눈을 볼 수 있고, 레바논에서 치솟는 포연과 포성을 체험할 수 있다.
과연 오늘은 지구촌보다 더 가까운 「원 빌리지」, 「한 동네」시대다.
더욱 실감나는 것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전파 영향권이다. 오는 23일 일본이 실용 방송 위성 (BS-2а)을 쏘아 올리면 우리 나라에서도 일본 TV를 거침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의 구조와 구식이 다르고. 사회 발전의 단계가 다른 두 나라 사이에 동질의 문화를 동시에 접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게다가 일본 것을 일방적으로 우리는 받기만 하는 입장이 된다. 문화란 물처럼 높낮이를 따라 흐르지는 않는 다지만 일본 경우는 좀 다르다.
그렇다고 일본의 통신 위성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도 없다. 「우리의 양식에 기대한다」, 그것처럼 순진한 말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가치 체계의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를테면 우리 나라 신문에선 하찮게 다루어진 문제가 일본의 가치 기준에 따라 대서특필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통신 위성은 지구의 적도면 위 고도 3만5천8백㎞의 원 궤도 (지구 정지 궤도)에 쏘아 올린다. 그 위성의 공전주기와 지구의 자전주기를 똑같이 하면 지구에선 그 위성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된다.
이런 위성을 1백20도 간격으로 3개만 띄워 놓으면 지구상의 95% 지역 안에서 상호 통신이 가능하다.
그런 통신 위성을 지구 정지 궤도에 배치하려면 적어도 2도의 간격은 두어야 한다. 따라서 모두 l백80개의 통신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다. 그만큼 수가 제한되어 있는 셈이다.
이 위성이 처음 성공한 것은 1962년 미국의 레인저 3호였다. 그 3년 뒤 소련이 성공.
이제는 세계 1백6개국이 통신 위성 회원국 (INTELSAT)에 가입해 있다. 요즘의 시가로 위성의 제작비는 4천5백만 달러. 발사비는 2기일 경우 3천3백만 달러. 보험에 가입하면 다시 1천3백만 달러가 추가된다. 모두 만만찮은 비용이다.
이제 어차피 「원 빌리지」 시대를 맞는 우리의 자세는 「네거티브」 보다는 「포지티브」 (적극적) 쪽이 바람직하다. 시대의 흐름이 그렇고, 문명의 파도 또한 손바닥으로 막기엔 너무 거세다. 결국 우리 방송 문화도 국제 경쟁력을 갖는 일이다. 사족을 단다면 지금의 TV 프로를 보고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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