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이중생활…낮엔 교사, 밤엔 거리의 갱

중앙일보

입력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잉글리시 고등학교’의 전 교사 숀 해리슨(55)이 17살짜리 학생에게 총을 쏜 혐의로 5일(현지시간) 구속됐다고 보스턴글로브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리슨은 자신이 교사로 있는 학교의 한 학생과 3일 마약 판매 문제로 갈등을 빚은 뒤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그 학생의 뒤통수를 향해 총을 쏜 혐의를 받고 있다. 다행히 총알은 뺨을 스치고 빗나가 학생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피해자는 경찰에 해리슨이 범인이라고 지목했고 근처 공사장에 있던 폐쇄회로(CC)TV도 그의 증언과 일치해 해리슨은 이날 구속됐다.

해리슨은 두 달 전 이 고등학교에서 학습 부진아 학생들을 관리하는 역할로 업무를 시작했다. 체포되기 앞서 그에 대한 루머가 돌았다. 보스턴 공립학교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한 교사는 “해리슨을 아는 학생들 사이에선 그가 자애로운 상담 선생님과 마약 딜러 간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해리슨이 맡은 업무는 특별한 학위나 자격증이 요구되지 않는다. 그는 페이스북에 자신이 인근 스프링필드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적었다.

4일 피해자의 증언에 따라 증거 수집을 위해 해리슨의 아파트를 수색하러 갔던 경찰은 그곳에서 3명의 용의자를 추가 검거했다. 이들은 해리슨이 보유한 총기ㆍ마약 등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아파트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중 2명은 보스턴의 악명 높은 라틴계 갱단의 멤버다. 해리슨의 아파트 벽에는 갱단 멤버들의 얼굴이 그려진 벽화가 걸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리슨의 아파트에서는 9mm 반자동 권총과 45구경 권총 등 총기류, 상당량의 마리화나와 코카인 등 마약이 발견됐다.

해리슨의 변호인은 그가 폭력에 연루되고 약물 오남용에 찌들었던 학생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 왔던 과거 봉사 활동을 내세워 무죄를 주장했다. 해리슨은 앞서 2010년부터 보스턴 공립 학교 여러 곳에서 일하면서 불량 청소년을 선도해 왔다. 해리슨을 아는 학생 중 일부는 “저 흑인(선생님), 쿨 했다. 몇 번이나 어려움에서 나를 구해줬다”, “그는 언제나 우리를 감싸줬다” 는 등의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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