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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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엄정한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와 최종까지 남은 작품은 『열대풍토병기』『겨울고목』『나문』『그것은 목탁구덩속의 작은 어둠이었읍니다』『너덜강 돌무덤』『하늘신랑 땅각시』등 6편이었다.
『열대풍토병기』의 경우만 보더라도 「장즈네」의 작품분위기를 풍기기는 하지만 인물이 선명하게 살지 못해서 사건전개가 불투명하고, 『겨울고목』도 역시 성적참조에 실패했다.
불교를 다룬 두 작품 모두 상당한 수준이긴 했지만 입선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었다.『나문』이 그 종교적 깊이에도 불구하고 제외된 것은 역시 단조로운 구성 때문이었다. 반면에 『그것은 목탁구덩속의 작은 어둠이었읍니다』의 경우 작품으로서는 『나문』보다 나았지만 역시 단선적인 구성 때문에 아깝게 밀려났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너덜강 돌무덤』과 『하늘신랑 땅각시』두 작품이 경합을 벌이게 되었다.
그런데 개화 세대, 식민지 세대, 해방 세대 등 3대의 짓밟힌 민중의 이야기를 묘사한 『너덜강 돌무덤』은 독특한 소재와 흥미로운 사건으로 해서 신선감을 주었지만 역시 구성상의 산만성이 결함이었다.
서민의 삶과 음응을 근대사의 격동 속에 투입해서 그 생존약양상을 조명해본 것은 좋은 착안이었지만 마지막 부분의 도식생도 문제였고 성격의 스타카트도 극술의 미숙에서 온것임을 알수 있다.
『하늘신랑 땅각시』­설화(서동요)와 역사를 경합시켜서 신나와 백제의 숙명적 갈등을 서사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국가와 원력, 그리고 전쟁의 속성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지나간 역사를 그리면서도 오늘의 상징까지를 깊이 생각게 하는 이 작품은 문학적기초가 갈 닦여진 점에서도 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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