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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5차 경추위 첫날] 北, 위협·경협 양면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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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일 평양에서 열린 5차 남북 경협추진위원회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벽두부터 쌀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북측의 거친 발언에 남측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측 위원장이 서로 '납득할 만한 조치'를 요구하는 신경전도 벌였다. 북측은 다른 한편으로는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대북 지원과 함께 경협 사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첫날부터 맞사과 요구 설전=북측 박창련 위원장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남측은 미국과 함께 만들어 낸 공동성명이라는 데서 세상 사람들이 봉쇄와 군사적 타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우려하는 이른바 추가적 조치라는 것에 합의했으며 남북 경협도 핵문제 해결 정도에 따라 조절할 것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제는 북이 하자는 대로만 따라가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며 "남측의 처사는 동족인 우리를 겨냥한 미국의 군사적 및 경제적 압살정책에 적극 편승해 나선 온당치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朴위원장은 이어 "남측이 대결관계로 나간다면 북남관계는 영(零)이 될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남측 대표단은 일단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 측 입장을 밝힌 뒤 회의를 마쳤다. 그러나 오후 6시30분쯤 위원장들이 만난 자리에서 "북측 발언은 우리의 성의에 악의로 대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거센 입장 표명으로 회담이 초반부터 꼬이자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비난 발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6.15공동선언과 경협의 이행에 비중을 뒀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경협 논의에 차질을 빚지 않을 정도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북 지원은 이상없을 듯=북한의 뻣뻣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 지원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북한이 이번 회담을 한.미 정상회담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장(場)으로 만들 것이란 점은 정부도 예상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북 지원을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일각의 여론을 감안해 투명성 보장 등 조건을 제시하는 형태를 취했지만 정부의 지원 의지는 변함없는 듯하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정책에 변화 조짐이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궁지로 몰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영종.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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