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악취 그대로 … 달서천 정비, 세금 낭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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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일 대구 달서천변에 위치한 염색공단의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달서천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사업은 대구지방환경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중단된 상태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서구에는 1979년 조성된 영남권 최대 규모의 염색공단이 있다. 폭 60m, 수심 50㎝의 달서천을 끼고 섬유에 색을 입히는 염색공장 140여 곳이 몰려 있다.

 지난 4일 공단은 염색용 화학약품을 태우는 매캐하고 역한 냄새로 가득했다. 공장 3곳에 하나꼴로 설치된 굴뚝에선 쉴 새 없이 희뿌연 매연이 뿜어져 나왔다. 매연은 곧장 달서천으로 향했다. 이 때문에 도심 하천변엔 차량만 다닐 뿐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매연과 악취로 가득한 달서천에 대구 서구청이 125억원을 들여 생태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의 청계천 같은 시민 휴식공간을 꾸미겠다는 구상이다.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실효성 없는 세금낭비 사업”이란 논란도 일고 있다.

 2013년 11월 시작된 달서천 꾸미기는 2017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국비 75억원과 시비 25억원, 구 예산 25억원을 투입해 염색공단 입구인 평리교 아래 달서천 시작점부터 금호강 합류 지점까지 2.2㎞를 산책로 등으로 채우는 사업이다. 친환경 휴식공간임을 강조하기 위해 사업명도 ‘달서천 고향의 강’으로 정했다.

 세금낭비 논란은 매연과 악취 문제 때문이다. 수백억원을 들여 생태공원을 만들어도 염색공단의 환경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인적이 드문데 매캐한 냄새를 맡으면서까지 누가 달서천을 찾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실효성이 없는 텅 빈 생태공원이 생겨날 것이란 우려인 셈이다. 주민 최성진(38·서구 평리동)씨는 “매연과 악취로 지금도 30분만 멈춰서 있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해 달서천 일대 대기 질을 3차례에 나눠 조사했다. 그 결과 일반 도심 기준치가 1ppm 이하인 암모니아는 최고 2.2ppm이 검출됐다. 기준치 0.05ppm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최고 0.08ppm이 확인됐다.

 서구청도 최근 실효성 문제를 받아들여 사업 축소에 나섰다. 125억원 사업 예산을 절반 가까이 줄여 65억원으로 조정했다. 43억원을 쓸 예정이던 자체 정화시설(유지용수 관로) 설치를 백지화하고 4억5000만원이 드는 배나루 전망대, 1억5000만원이 필요한 수변광장 조성 등을 모두 사업에서 제외했다.

 이병극 고향의 강 사업 담당은 “공사 진행률이 28% 정도인 만큼 아직 사업 규모 조정이 가능하다”며 “65억원만 들여 하천변에 자연석 쌓기와 운동시설 설치, 산책로와 자전거길 꾸미기 정도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구 발전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을 알아 달라”고 덧붙였다.

 ◆환경영향평가 빼먹고 공사 강행=지난 1월 중순 고향의 강 사업은 현장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대구지방환경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다. 서구청이 공사 시작 전에 받아야 하는 사전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포클레인 등으로 하천변을 파낸 것이다. 그래서 달서천에 가면 멈춰선 장비와 공사가 중단된 자연석 설치 현장 등을 볼 수 있다.

 부랴부랴 서구청은 지난달 1900만원을 들여 뒤늦게 사전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고무영 서구청 하천TF팀장은 “환경영향평가 없이 공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사업을 진행하다 벌어진 일”이라며 “이달 중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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