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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벽 도전 소렌스탐 '男다른'무기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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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카 소렌스탐(32.스웨덴)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58년 만에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 참가해 남자선수들과 샷 대결을 펼치는 그를 놓고 세상이 떠들썩하다.

소렌스탐은 22일 밤(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골프장(파70.6천4백43m)에서 개막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콜로니얼 골프대회'에 출전한다.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인 부치 하먼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는 소렌스탐이 좋은 성적을 내기는커녕 컷을 통과할 전망조차 어둡다고 인색한 평가를 내린다. 물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소렌스탐의 남자 대회 출전을 계기로 스포츠 각 종목에 걸쳐 남녀 선수의 경기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금메달이요? 글쎄요, 기대하셔도 괜찮을 듯하네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탁구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이에리사씨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평소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이씨가 양영자-현정화 선수가 세계 최강 중국 선수들을 꺾을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이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남자 주니어 상비군(고교생)과의 연습경기에서 처음으로 이겼어요. 영자하고 정화는 그 정도로 막강해요."

이처럼 스포츠 각 종목에서는 남녀 선수들 간에 엄연한 경기력 격차가 존재한다. 여자 선수들은 아무래도 남자에 비해 체격과 힘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좋건 싫건 간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녀 간에 전력 격차가 두드러지는 것은 구기 종목이다(격투기 종목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구기 종목에서 성인 여자선수의 전력은 남자 중.고교 선수의 수준과 엇비슷하다고 각 종목 지도자들은 말한다.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배구 대표팀은 대신중 남자선수들과 연습경기를 했다.

대표팀은 조혜정.유경화.유혜정 등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던 역대 최강의 전력이었지만 문용관(현 인하대 감독)이 있던 대신중과의 연습경기에서 한번 이기려면 진땀을 흘려야 했다.

농구의 경우에도 여자 성인 선수는 남자 고교생과 비슷한 전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여자프로농구가 출범해 전력이 향상되기 전에는 여자 성인팀이 남자 중학팀에 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기록 종목에서도 격차는 작지 않다. 남자 1백m 달리기의 세계 최고기록은 9초78인 반면 여자 최고기록은 이보다 0초71 뒤진 10초49다. 남녀가 같이 스타트하면 여자가 8m가량 뒤져 골인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차이는 42.195㎞의 마라톤으로 가면 13분9초까지 벌어진다.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은 종목도 있다. 양궁과 볼링 같은 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도구를 이용해 개인별로 여러 차례 라운드를 한 뒤 나중에 합산한 기록을 따진다는 점에서 골프와 유사하다는 평을 듣는다.

양궁의 경우 70m 거리를 기준으로 할 때 남자 선수들은 평균기록에서 2점 정도 앞선다. 남자 선수들의 활은 장력이 40~44파운드여서 여자 선수들이 쓰는 38~42파운드의 활에 비해 화살이 바람의 저항을 덜 받기 때문이다.

볼링의 경우 남자 국가대표의 애버리지는 2백15점, 여자는 2백10점 정도다. 남중생은 2백3점 내외다.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적은 남고 대표급 수준이다. 남자 선수들이 5~10점 앞서는 이유는 역시 근력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남자 선수들은 보통 16파운드의 공을 쓰는 데 비해 여자는 15파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파괴력 면에서 남자가 유리하다.

볼링협회 김동현 사무국장은 "보통 한 게임에 5점 정도 차이가 나는 데다 여섯게임 성적을 합산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성이 남성에게 이기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1938년 자하리아스 첫 性대결

스포츠 역사상 남녀가 맞대결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골프에서는 1938년과 1945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가 PGA 투어 로스앤젤레스 오픈(현 닛산 오픈)에 출전해 최초로 남자들의 아성에 도전했다. 자하리아스는 38년엔 컷오프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45년엔 당당히 예선을 통과했다.

테니스에선 73년 마거릿 코트(여.호주)가 보비 릭스(55.미국)와 처음으로 성대결을 벌였다. 당시 4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코트는 39년 윔블던 남자단식 우승자인 노장 릭스와의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벌어진 또 다른 성대결에선 세계랭킹 1위 빌리 진 킹(여.당시 29세)이 55세의 릭스를 3-0으로 완파했다.

남녀 대결에서 여자가 거둔 최초의 승리였다. 92년엔 '테니스 여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가 '한물 갔다'는 평가를 들었던 지미 코너스와 맞붙었으나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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