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상무가 10억 전달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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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 관계자는 21일 "브로커 H씨에게서 포스코건설 김병호 상무가 '감사원 감사(2004년 6~8월) 이후 건교부가 지구단위계획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바꿨는데도 경기도가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며, '경기도에 영향력 있는 한현규 전 경기개발연구원장에게 10억원을 주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브로커 H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한씨에게 돈을 전달한 인물이다.

포스코건설이 시행사인 정우건설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한씨에게 10억원을 건네는 등 로비를 총지휘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그동안 직접적인 로비설을 부인해 왔다.

◆ "포스코가 사실상 사업주체"=H씨는 검찰 조사에서 "포스코건설 김 상무의 부탁을 받고 한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며 "건교부가 방침을 바꿨는데도 경기도의 승인이 없어 포스코건설이 무척 다급해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H씨가 경기도 정무부지사 출신의 한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음을 알게 된 김 상무가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H씨는 포항제철(현 포스코) 출신으로 김 상무와 오랜 교분 등으로 포스코건설과 관련된 일에 수차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H씨는 한씨에게 10억원을 전달했을 뿐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건교부와 감사원의 당시 업무처리 과정은 H씨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 감사원 감사에 이어 건교부는 유권해석을 변경해 이를 경기도에 통보(2004년 10월 21일)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두 달이 지나 지난해 12월 24일 지구단위계획을 승인했다. H씨가 한씨에게 돈을 준 지난해 11월은 경기도가 최종 결론을 유보하고 있던 시점이다. 이와 관련, 오포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아파트 개발과정에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시행사는 사실상 대기업 시공사의 간판"이라며 "오포지역 역시 포스코건설이 사업주체로 뛰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의 최고위층이 로비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수천억원짜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부 보고나 승낙 없이 담당 임원인 김 상무에게 전적으로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추 장관, "처제 통장으로 돈 받아"=검찰은 한 씨를 상대로 추 장관에게 건넨 돈의 성격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날 "한씨에게서 올 2월 5000만원을 빌렸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한씨와는 1985년 건설부 주택정책과에서 함께 근무하며 가족같이 지냈다"며 "한씨도 총선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어 내 상황을 알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추 장관은 또 "당시 내 통장번호를 기억하지 못했고, 아내도 연락이 되지 않아 처제에게 전화해 통장 번호를 알아낸 뒤 5000만원을 송금받았다"고 말했다.

강갑생.김종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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