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日 대사 폭행 재판서는 "제2의 안용복이라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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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씨는 지난 2010년 7월에도 주한 일본 대사에게 콘크리트 덩어리를 던졌다. 당시 현장에서 붙잡혔고 징역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2010년 7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일 신시대, 공동번영을 지향하며’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시게이에 도시노리 전임 주한일본대사에게 지름 약 10㎝와 7㎝인 콘크리트 2개를 던졌다. 대사는 몸을 피했으나 당시 통역을 맡았던 대사관 직원이 상처를 입었다.

당시 박찬종 변호사가 김씨의 변론을 맡았다. 김씨 측은 재판에서 "우발적으로 시멘트 덩어리를 던진 것"이라며 "사람이 아닌 연단을 향해 던졌으므로 일본 대사에 대한 폭행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제2의 안용복이라 생각하고 당당히 수감 생활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징역 4년을 구형했고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에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집단자위권 규탄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도중 경찰에게 신발과 계란을 던져 파출소로 연행된 일이 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며 항의하다가 넘어졌고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러나 의사들이 '부상 정도가 크지 않아 보이고 응급실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 수속을 해주지 않았고 김씨는 이에 항의하다 병원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였다. 김씨는 후에 세브란스 의사들을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1998년 통일문화연구소를 창립한 김씨는 2006년 일본에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자 본적을 경북 울릉군 독도리 38번지로 옮기고 '독도지킴이'를 창립했다. 이후 일본대사관앞에서 1인시위를 주도하며 독도수호 관련 성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독도와 우리, 그리고 2010년>을 출간하고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김씨는 “독도사랑운동은 곧 민족통일운동”이라며 “남북이 하나가 돼야 비로소 독도를 제대로 지킬 수 있고, 이를 통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한 당시 인터뷰에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조각을 던진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애초에 일본대사를 해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독도를 상징하는 돌을 일본 대사에게 내보이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일간 유착은 박정희 시대를 능가하는 것 같다"며 "일본 외교관과 관련한 형사소송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내 사건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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