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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석달…달라진 언론 환경] 공직자들 '기자 기피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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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25일 취임 석달을 맞는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가장 강도높게 추진해온 정책을 꼽으라면 언론부문일 것이다. 정부는 일부 언론을 겨냥한 듯한 발언과 이른바 언론개혁정책을 쏟아냈고,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맞섰다.

관행이던 '정권 초 언론과의 허니문'은 포연에 자리를 내줬다. 지난 3개월, 정부와 언론의 불안한 동거는 무엇을 남겼을까. 언론계와 공직사회에 불어닥친 변화와 후유증을 조명했다. 향후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었다.

◆기자 접촉? 안면몰수 중=대통령까지 나서서 언론에 대한 불쾌감을 토로한 이후 공직사회엔 '기자와 친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이를 반영하듯 "5년간 모른 척 지냅시다"라고 주문하는 공직자들도 늘었다.

"공무원 사회가 움츠러들었기 때문에 정부로선 소기의 성과를 얻은 것"(한림대 유재천 교수)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일선 공무원들은 일부 언론에 특종이 몰리지 않도록 '형평성'이란 화두에 강박관념을 느끼고 있다.

다만 일과 중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원칙은 각계의 반발 때문인지 대폭 후퇴한 상태다. 재정경제부 등 대부분의 정부 부처에서 종전과 다름없이 출입 취재가 이뤄지고 있다. 건설교통부 등 일부 부처는 기자단 스스로 과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오보와 전쟁? "일발 장전 중"=기사에 대한 부처의 대응이 빨라졌다. 강도도 세져 '법대로'를 외치는 일도 잦아졌다. 20일 언론중재위에 따르면 정부기관(인수위 포함)이 올들어 낸 중재 신청 건수는 18건(피신청인이 복수일 경우 별건 처리).

특히 지난 3,4월 13건의 신청이 들어왔는데, 이중 8건이 보건복지부.문화관광부 등 정부 부처가 신청인이었다. 盧대통령 본인이 제기한 신청도 있었다. 지난해 정부기관이 낸 전체 신청 건수가 22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수 늘어난 수치다.

이와 관련, 국정홍보처는 40여개 정부기관에서 매일 올라오는 평균 3,4건의 오보 관련 보고를 취합해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다. 한 경제부처 공보관은 "내부 사정을 고려해 언론사에 대응하지 않으면, 위에서(국정홍보처) 독촉 전화가 오곤 한다"고 말했다.

◆브리핑 룸? 곳곳 "의견수렴 중"=문화관광부 등 개별청사를 제외하고 기자실 공사를 위한 망치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의 경우 2백34평의 공간만 확보해 놓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과천 종합청사는 재경부 주도로 추진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과천의 한 부처 공보관은 "성의를 보인다는 차원에서 공보관들끼리 회의를 갖고 있지만, 열성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 유재웅 국정홍보국장은 "공보관은 물론 기자들과 민간 자문위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원칙만 정해지면 공사는 한달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정보공개법 개정? 오리무중=고건 국무총리는 지난달 국정홍보처가 광화문 청사 별관에 브리핑룸을 만들려는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취재시스템 손질에 앞서 정보공개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매우 정확한 지적이다.

새 정부 들어 각 부처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정보량을 늘렸지만 '알짜'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행자부가 주도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학계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법의 취지를 후퇴시키는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부.정치부.정책사회부,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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