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설움 말끔히 가셨다|학력고사수석 황덕순군 어머니 김병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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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남들처럼 잘먹이고 잘입히지도 못해 늘 가슴이 아팠는데 수석합격이라니 대견스럽습니다.」
84학년도 대입학력고사에서 공동수석의 영애를 안은 황덕순군(18·서울 경성고3년)의 어머니 김병삼씨(44·서울 연희3동산5 B지구아파트 6동309호)는『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빠의 묘에 찾아가 기쁨을 함께 하고싶다』며 주름진 얼굴위에 흘러내리는 감격의 눈물을 닦아 내렸다.
김씨는 막내인 황군이 국민학교 1학년때인 11년전 72년 여름 자가용운전사였던 남편 황선호씨(당시 36세)를 교통사고로 여의었다.
김씨는 이때부터 공사판의 막노동·파출부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그러나 네식구의 생계만 간신히 꾸려나갈수 있었을뿐 아이들교육을 위한 저축은 엄두도 낼수없었다.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지만 벌이는 신통치 못했다.
지난76년 친지의 소개로 명지전문대 잡역부로 들어가 지금까지 청소를 비롯, 닥치는대로 일하고 있다.
『애들이 중·고교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월급 25만원으로 가계조차 꾸려가기 힘들었습니다. 상오2시까지 책상에 앉아있는 덕순이에게 과일이라도 사주기위해 퇴근때는 버스비를 절약, 1시간가량 걸어서 귀가한다』고 했다.
황군은『어머니의 고생을 덜어주기위한 것은 장학생이 되는길 뿐이라고 생각, 이를 악물고 곰처럼 공부했었다』고 말했다.
덕순군의 형 도순군(21·인하대 항공공학과4년)도 대학입학때부터 공부를 잘해 4년동안 줄곧 KAL장학금을 받고있고 누나 영순양(19)은 명지실업전문대 1학년에 재학중이다. <김국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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