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문화계 우리는 무엇을 했나|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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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춤」지를 중심으로 집계한 83년의 무용공연이 총2백20회, 한국무용사상 가장 많은 공연횟수를 기록한 셈입니다. 재작년만 해도 80여회가 고작이었으니 대단한 숫적인 증가입니다.』 무용평론가 박용구씨의 얘기.
공연의 수준 또한 80년대에 들어와 꾸준히 향상하여 한발 앞서 가던 현대무용뿐 아니라 한국무용과 발레의 공연내용도 비등한 대열에 이르렀다는 것이 무용계 인사들의 얘기다.
79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다섯번째를 기록한 문예진흥원 주최와 대한민국 무용계는 한국무용계의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좋은 바로미터 구실을 해왔다.
지난10윌 (15∼29일 문예극장 대극장) 의 제5회 대한민국 무용제는 현대무용·한국무용· 발레등 총10개 참가단체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활발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적었다는 것은 무용계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특히 새로운 시도와 창작의욕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던 점은 한국 무용계의 밝은 앞날을 예고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대상수상작 『섬(도)』 은 60년대초 한국에 도입된「마더·그레이엄」류의 현대무용이 뿌리내리고 열매맺은 케이스로 평가되었다.
83년 한국무용계의 두드러진 현상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소극장공연의 활성화. 소극장 공간사랑, 판등이 주된 무대였다. 공간사랑에서는 82년부터 매월 1회씩 젊은 무용수들 중심으로 현대무용공연이 열려왔다.
또 3월부터는 창작 한국무용을 하는 한국무용 아카데미 (회장 박순자) 가 매월1회씩 정기공연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런 중에 한국무용계에선 비교적 새로운 얼굴인 안무의 박순자씨, 현대무용의 안신희씨등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중견무용가들의 활약도 많았던 해였다. 현대무용의 김복희·김화숙씨는 일본 무용작가협회 초청의 동경공연을 비롯하여 83무용 작가전, 개인발표회, 대전·대구등의 지방공연등 총7회를 기록.
또 프랑스에서 수학한 남정호씨, 영국에서 수학한 최청자씨, 미국에서의 이정희씨등 외국에서 공부한 무용가들이 현대무용 분야에서 좋은 공연을 한 중견들로 꼽힌다. 발레에서의 서정자씨, 조승미씨도 열심히 뛰었다.
현대무용의 육완순·김명수·안신희씨, 한국무용의 송수남씨가 해외공연을 했고, 뉴욕에 머무르는 현대무용의 홍신자씨는 최근 성공적인 미국순회공연을 끝냈다. 김영순씨도 미국드론무용단을 이끌고 귀국, 대한민국무용제에 참가했다. 지난11윌 (17∼18일 문예회관대극장) 의 한국창작무용협의회 (회장 박용구) 와 일본무용작가협회 (대표 장사유)의 한국공연은 한일상호 무용교류의 정식채널이 열렸다는데 그 뜻이 있다.
외국무용과의 연례 상호교류는 이번이 처음인데 일본의 「쇼오지·히로시」 현대무용단, 「후지이·고」 모던댄스단,「준·고야」재즈발레단의 한국공연은 그들의 완벽한 기교, 다양한 소재등이 한국무용계의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는 것이 무용평론가 조동화씨의 얘기다.
한편 서울시립무용단·국립극단등이 의욕을 갖고 지방의 무속적 또는 기방적인 색채가 강한 각종 춤을 발굴하여 서울무대에 공연하고 있는 것은 우리무용의 뿌리를 찾는,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기능의 원형을 간직한 춤은 어디까지나 전통 춤이고 명무는 고도의 창조성과 예술성을 지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무용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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